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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오빠와 동생 사이' 나의 음악

6남매의 세 번째인 나는 바로 위 오빠와 바로 밑 남동생 사이에 끼어 있는 둘째 딸이었다. 남자 형제 사이에 끼어 있는 나는 구슬치기, 딱지치기, 잣 치기, 제기차기 등 남자 아이들의 놀이를 모두 따라했다. 오죽 사내아이 같았으면 아버지께서 '막대기'라는 별명을 붙여 주셨을까.

오빠는 고등학생 때 교내 음악 콩쿠르에서 친구의 독창 반주자로 나설 만큼 피아노를 잘 쳤다. 그 당시 FM 라디오에서 나오는 클래식 음악 속에 파묻혀 살았다. 덕분에 나도 유명한 오케스트라 연주나 피아노 곡 그리고 오페라 아리아를 흥얼거릴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을 즐기게 됐다.

남동생은 고등학교 때 기타를 친다고 '팅카팅카' 소리가 계속되더니 얼마후 밴드를 만든다고, 우리집 방 하나를 음악실로 만들어 드럼주자가 돼 '둥다당 퉁탕 챙~챙' 요란한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이고, 동네에서 무당 굿하는 줄 알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나는 동생이 부른 당시 유행 팝송을 따라 부르곤 했다. 지금 생각하니 내 음악에 대한 취미는 모두 오빠와 남동생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80세가 된 오빠는 지금도 손주들 앞에서 멋지게 연주를 하신다. 아이들은 "야! 할아버지 피아노 잘 치신다"는 표정으로 놀라는 모습이다. 남편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함께 음악을 즐긴다. 모처럼 한가한 오후에 우리집 DJ인 남편에게 희망곡을 신청했다.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중에서 '남 몰래 흐르는 눈물'. 남편은 수백 개의 LP판 중에서 한 개를 골라 턴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오빠와 오빠 친구가 수없이 연습해 나도 외워 부르던 노래를 들으며 추억에 젖는다. 파바로티의 감미로운 음성이 흘러나온다. "Una furtiva lagrima~." 나도 따라 불러본다. "우나 푸르티바 라그리마~." 아 그리운 옛날이여.




정현숙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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