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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세]LA에 오스카가 있다면, 뉴욕엔 메트 갈라가 있다

홍주희(honghong@joongang.co.kr)
홍주희(honghong@joongang.co.kr)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5/08 17:12

[알고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모금 행사 ‘메트 갈라’

지난 7일(현지시간) 올해도 어김없이 화려한 레드카펫 사진이 뉴욕타임스(NYT)·CNN·BBC 등 외신을 도배했습니다. 매년 5월 첫 번째 주 월요일 미국 뉴욕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리는 ‘메트 갈라(Met Gala)’입니다.

매체들은 셀럽이 박물관 계단에 깔린 레드카펫에 선 현장을 생중계하고, 사진을 수백장씩 내보냅니다. 더구나 셀럽들은 ‘예술’을 입었다고 할 정도로 눈부시게 화려하고 극적인 드레스 차림이죠.

눈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림’이 흥미롭긴 한데, 대체 메트 갈라의 레드카펫은 무엇을 위해 깔린 걸까요? 영화제나 시상식처럼 상을 주고받는 이벤트도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고보면 모 있는 기한 계뉴스]에서 알려드립니다.
매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화려한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 맞먹는다며 ‘동부의 오스카’라 불리는 메트 갈라가 어떤 행사인지 말입니다.

지난 7일 열린 메트 갈라에 참석한 리아나. '천상의 몸: 패션과 가톨릭의 상상력'이라는 주제에 맞춰 주교관 같은 모자를 쓰고 등장했다. 그가 입은 가운은 마르지엘라가 디자인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29억원 모금…박물관의 현금인출기
메트 갈라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의상연구소(Costume Institute)가 기금 조성을 위해 여는 모금 행사입니다. 그해 의상연구소가 개최하는 전시의 오프닝을 알리는 홍보 행사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메트 갈라 참석자들은 전시 주제에 따라 의상을 입어야 하죠.

올해의 주제는 ‘천상의 몸:패션과 가톨릭의 상상력(Heavenly Bodies: Fashion and the Catholic Imagination)’입니다. 같은 제목의 전시가 오는 10일부터 10월 8일까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리고요.

주제에 맞춰 셀럽들은 종교적 상상력을 동원해 관을 쓰거나 베일을 두르고, 날개옷을 입은 채 레드카펫에 등장했습니다.

이 자리가 딱히 ‘누가누가 잘 입었나’ 경쟁하는 자리는 아닙니다만, 주제가 주어진 만큼 누가 가장 잘 소화했는지 해마다 평가가 이뤄집니다.
올해의 베스트드레서는 최근 수년간 ‘메트 갈라의 여왕’으로 불렸던 팝스타 리아나였는데요, 조명에 반짝이는 보석이 촘촘히 박힌 은빛 의상으로 온몸을 감싼 그는 교황이 의식을 치를 때 쓰는 주교관처럼 생긴 모자를 쓰고 나타났습니다.
리아나를 보는 순간 ‘가톨릭의 상상력’이라는 주제를 단박에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바자 등 패션지들은 “진짜 교황 같다”고 평가했죠.

7일 뉴욕에서 열린 메트 갈라에 날개가 달린 베르사체 의상을 입고 등장한 케이티 페리.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2018 메트 갈라'가 열렸다. 올해 주제인 '천상의 몸:패션과 가톨릭적 상상력'에 맞춰 다양한 헤어 액세서리를 착용한 셀럽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비욘세의 동생이자 가수인 솔란지 놀즈, 배우 다이앤 크루거, 가수 자넬 모네, 배우 릴리 콜린스, 모델 로지 헌팅턴 휘틀리, 배우 올리비아 문. [UPI=연합뉴스]

이처럼 메트 갈라는 패션이 중심이 되는 행사입니다. 하지만 잘 차려입고 사진이나 찍자고 모이는 건 아니고, 핵심은 돈입니다.
티켓을 판매해 의상연구소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입니다. 올해 티켓 가격은 1인당 3만 달러(약 3300만원), 테이블 가격은 27만 5000달러(약 3억원)였습니다.

표를 팔아 번 돈은 모두 의상연구소로 갑니다. 전시기획 등에 필요한 예산으로 흡수되는 겁니다.
지난해의 경우 1200만 달러(약 129억 5000만원) 넘게 벌어 재원을 충당했죠. 메트 갈라가 ‘메트로폴리탄의 ATM(현금인출기)’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2015년 메트 갈라에 참석한 리아나. 당시 주제인 '거울을 통해 본 중국'에 맞게 황금색 의상으로 등장했다. [AP=연합뉴스]


2017년 메트 갈라의 주제였던 일본 디자이너 레이 카아쿠보의 드레스를 입은 리아나. 생존하는 디자이너를 주제로 삼은 건 처음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제일의 박물관 중 하나인 메트로폴리탄이 예산·후원이 부족해 표를 파는 건 물론 아닙니다.
원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패션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1946년 별도로 존재하던 의상예술 박물관을 합병하고서야 박물관 내에 의상 연구소가 생긴 겁니다.

지금이야 당연히 패션을 예술의 한 분야로 여기지만 당시만 해도 패션은 예술인 듯, 예술이 아닌 애매한 분야였습니다.
박물관에서 변방의 존재인 패션으로 전시를 기획하려면 자금을 조달해야 했고, 그래서 1948년부터 메트 갈라를 열기 시작한 겁니다.
트럼프, 메트 갈라에서 멜라니아에 청혼
베르사체를 입은 블레이크 라이블리. [AP=연합뉴스]
장 폴 고티에를 입은 팝스타 마돈나. [로이터=연합뉴스]
베라 왕을 입을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 [로이터=연합뉴스]
70년 역사를 가졌지만 메트 갈라가 흥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1995년 ‘패션계의 교황’으로 불리는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가 행사 위원장을 맡고 나서입니다.

그가 메트 갈라를 이끌면서, 뉴욕의 자선행사에 지나지 않았던 행사는 패션·영화·정치·경제계 등 각 분야를 망라한 셀럽이 모이는 궁극의 파티로 거듭났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에게 프로포즈한 장소도 2004년 메트 갈라였다고 하고요.
당연히 메트 갈라 티켓은 가장 구하기 힘든 티켓 중 하나가 됐고, NYT에 따르면 대기 명단도 있다고 합니다.

다른 자선행사와 달리 메트 갈라는 초청장이 있어야만 참석할 수 있는데, 표값을 치른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이때 오늘날의 메트갈라를 만든 주인공, 윈투어의 막강한 영향력이 드러납니다.
참석 대상을 결정하는 자는 오직 윈투어뿐입니다. 홍보 차원에서 테이블을 통째로 구매한 기업이라도, 누가 앉을지 결정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반대로 전도유망한 신진 디자이너라면, 표값이 없어도 윈투어의 초청을 받아 참석할 수 있습니다.


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메트 갈라에 참석한 미국 보그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오른쪽). 왼쪽은 윈투어의 딸인 비 샤퍼다. [AP=연합뉴스]

돈 줘도 못 사는 표…모든 결정은 안나 윈투어가
그럼 대중에게 공개되는 레드카펫 너머, 파티장 안은 어떤 모습일까요.
NYT 표현대로라면 “절대 비밀”입니다. 내부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도 금지 사항입니다. 전해 들을 도리밖에 없다는 얘기죠.
그나마도 구체적이진 않습니다. ‘일단 전시를 둘러보고, 칵테일을 나눈 뒤 만찬이 이어진다. 공연도 곁들여진다’ 이 정도가 전부입니다.

이처럼 안팎을 철저히 나눈 정책이 메트 갈라의 주가를 올려줬을지 모른다고 NYT는 분석합니다.
플래시가 터지는 레드카펫은 완벽한 패션 홍보의 장, 내부는 아무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진정한 파티장.
메트 갈라야 말로 참석자와 구경꾼 모두가 행복한 궁극의 파티가 아닐 수 없다는 겁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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