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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주의산만증과 한국인 유전인자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LA중앙일보] 발행 2018/05/09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8/05/08 20:56

공산주의 비판을 하다가 동료들과 싸움을 벌였던 26세 아버지는 그날 밤으로 도망을 쳐서 서울로 떠났다. 내가 다섯 살이 되던 해에 엄마는 머리에 무거운 밥솥을 이고 등에는 세 살짜리 동생을 업고 나를 걸려서 6·25를 피했고, 1·4 후퇴 때에는 눈 쌓인 산길을 걸어서 도망 다니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이미 제주도로 피난을 가신 이후였다.

계획성 없고 생각하기 전에 행동을 해버리는 경향은 나의 아버지 말고도 다른 한국인들에게서 보이는 행동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는 세 아이를 낳아서 길렀다. 그 중의 맏딸 은하는 나와 너무도 비슷해서 사춘기 이후에는 늘 부딪혔다. 물건을 쉽게 잊어버리고 숙제를 챙겨가지 않고 한 가지에 몰두하면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다 똑똑한 신랑감을 만나 결혼을 한 뒤, 어느 날 내게 전화가 왔다. "엄마, 할로웰이라는 의사가 쓴 'Driven to Distractioned'이라는 책을 읽어보니, 내게 주의산만증 증세가 있는 것 같아서, 정신과 의사를 만나 보았어요. 그분이 저의 추측이 맞는다면서 아데랄(Adderall)이라는 약을 처방해 주었는데, 그 후에 직장에서나 집안일이나 훨씬 수월해지고 편해졌어요." 등잔 밑이 어둡다는 진리를 터득하게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바로 내 아버지의 주의산만증 유전인자를 큰딸에게 전해주었다는 사실도 느끼게 되었다.

20여 년 전부터 나는 후배인 심리학 박사 오정열과 함께 한인 이민 아동이나 청소년들을 위해서 비영리 목적으로 작은 정신과 클리닉을 토요일에 운영해 왔었다. 라이프 케어센터라 불리는 이곳을 찾아왔던 미성년자들의 다수가 그리고 우울증, 불안증세, 가정불화, 음주 및 마약 중독 등을 앓는 많은 어른 환자들이 주의산만증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주의산만증은 한인 이민자 환자들 중에서 가장 많이 진단된 병이었다. 그러고 보니 왜 한인들이 많이 여행가는 동남아 지방의 여행 안내자들이 제일 먼저 배운다는 '빨리빨리'의 근원을 알 것 같았다. 아마도 주의산만증 증세 중에서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는 급한 기질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의 산만 및 행동 항진, 즉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로 불리는 이 병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Hyperactive or impulsive type. 흔히 교회 같은 장소에서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뛰어다니거나 말이 많고 손발을 흔들어대며 남의 말에 뛰어드는 형인데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이 증상은 줄어든다.

둘째, Inattentive type, 쉽게 산만해지고, 세심한데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엉뚱한 실수를 일삼고 물건을 잘 잃어버리며 일상적 일도 갑자기 잊어버린다.

셋째, Combined type으로 위의 두 가지 형이 복합된 경우다.

이들의 특징인 한 곳에 몰두(Hyper focus)하는 경향 때문에 의외로 의사나, 변호사, 교수 등은 물론 케네디 대통령이나 사업가들,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들이 나온다.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유인원들이 세계 각지로 퍼져나간 자취를 찾아보던 학자들은 그 초기의 개척자들 유전인자에서 주의산만증 요소들을 많이 발견했다고 하니 인류의 발전에 많은 기여도 한 셈이다.

미국 학생들의 7%에게서 주의산만증이 발견된다는데 한인 아이들 중에는 이 확률이 훨씬 많은 것이 아닐지 나는 걱정이 된다. 800번의 침략을 외국으로부터 받았다는 우리 조상 중에서 살아남은 분들은 깊은 생각보다는 행동부터 앞섰던 분들이 아니었을지. 그리고 그들의 유전인자를 받아서 태어난 한인 이민자들 중에서 제때에 치료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 음주 문제와 자살률이 높은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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