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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산책 외교

인간의 특징 중 하나가 직립보행이다. 두 발로 걷는 것이다. 아이가 이 직립보행에 이르기 위해 조금의 포기도 없이 무수히 쓰러지고 무수히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개체가 성장하는 것은 종의 진화를 반복하는 것이라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을 산책했다. 봄빛 녹음 사이로 직립보행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깊은 실내에서 이익이 부딪치는 회색빛 이미지의 정상회담은 여기서 녹색으로 바뀌었다.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의 모습은 방향을 공유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발산했다. 보는 이들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상상하게 됐다.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은 걷기가 생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믿었다. 생각이 트이고 새로운 인식을 연다고 믿었다. "두 다리가 어디론가 향하고 있을 때 사고의 흐름은 촉진"되어(헨리 데이비드 소로) "진정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프리드리히 니체)고 믿었다. 앉아 있을 때보다 걷을 때 창의적 결과물이 60% 증가한다는 스탠퍼드대학 연구는 이런 경험칙의 과학적 표현이다.

지난 7일 시진핑 주석과 김 위원장은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다롄의 바닷가를 거닐었다. 판문점 산책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장소는 바뀌었지만 방향을 공유하고 있다는 내밀한 이미지 메이킹은 변하지 않았다. 이로써 산책은 외교가 되었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1·2차 대전과 냉전, 6·25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결과 전쟁에 묶여있던 한반도가 거대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 대결에서 공존으로, 전쟁에서 평화로 몸을 트는 꿈틀거림이 마침내 두 발로 몸을 지탱하고 첫걸음을 내딛는 직립보행이기를 바란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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