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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노숙자 냄새를 맡으며

안재훈 / 수정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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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8/05/11 미주판 23면 기사입력 2018/05/10 19:38

내 나이 80이 넘고 나니 오감의 기능이 점점 약해지고 있지만 후각 만큼은 유난히 제 기능을 다 하고 있다. 냄새만 맛고도 음식 맛이 있는지 짠 지 싱거운 지를 분간하니 말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동물의 후각 기능은 인간보다 앞선다. 사냥개의 코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범죄자가 신었던 양말 냄새나 퀘퀘한 담배 냄새,오래된 가죽 벨트에서 나는 냄새를 기억하고 사람들간의 냄새도 기억한다고 한다.

냄새는 참으로 신비하다. 3마일 밖에서 암컷 나방이 발산한 향기를 수컷 나방이 찾아가고 파리와 바퀴벌레의 감각기관은 발끝에 있다고 한다. 사람의 후각은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커피 향기, 바닷가에서 풍겨오는 짠 내음, 병원 복도에서 나는 냄새 등 예전에 경험했던 연하고 은은한 향기는 우리 뇌 속에 저장되었다가 향기로운 추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노숙자 세탁 사역을 하면서 역거운 냄새 때문에 퍽 괴로움을 당하기도 했다. 그 냄새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악취를 풍기는 냄새는 몸에 배어 아무리 샤워를 하고 옷을 빨아 입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냄새 때문에 몇 번이나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참고 견디라는 예수님 말씀에 의지해 잘 이겨내고 있다.

물고기 장수,가죽 장수, 쓰레기 수거자들은 역한 냄새 때문에 얼마나 괴로움을 당하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감사하게도 그 냄새가 뇌에서 점점 사라지고 잘 적응 하고 있다. 하나님이 주신 자비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그런 자비를 주시기를 기도하며 노숙자의 옷을 빨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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