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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셸터 분노' 투표로 표출하자

시민권을 따게 되면 미국 시민의 의무이자 권리인 투표권이 주어진다. 시민권을 딴 이후로 투표를 여러 번 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미국의 투표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투표할 기회가 주어지기 전 이민을 와 한국과는 정확한 비교가 어렵지만 그래도 간접 경험을 한 한국의 투표와 직접 경험을 해본 미국의 투표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일단 미국 선거는 대통령 선거 정도를 빼고는 후보자가 누군지도 잘 모른다.

한국은 선거철이 되면 방방곡곡에 후보자의 얼굴과 이름이 나붙는다. 미국의 선거는 기껏해야 이름 정도를 지지자의 정원에 팻말로 가져다 세워놓는 수준이다.

우리 동네에서도 몇몇 집 앞 정원에 후보자 이름의 팻말들이 걸려있다. 자금력이 좀 있는 후보들은 전단지를 만들어 우편으로 보내면서 자기소개와 정책 약속을 펼친다. 그 수많은 우편물을 열심히 읽어보는 유권자가 몇 명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가끔 TV를 통해서도 후보자들이 선거 운동을 하지만 그건 큰 선거가 있을 때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거 때마다 올라오는 수많은 주민발의안들이다. 주민발의안도 대부분 정체가 뭔지도 모르고 이슈가 크게 부상하는 것만 언론을 통해 소개된다. 찬성을 할지 반대를 할지도 웬만해서 잘 모른다. 내용이 정확히 뭔지도 그 여파가 어떻게 될 건지도 모르거나 관심도 없다.



선거 때가 되면 우편 투표를 할 건지를 물어보는 책자가 날아오고 선거 직전 다시 한번 책자가 온다. 그 책자들 속엔 주민발의안과 후보들의 명단이 들어있다. 주민발의안을 다 읽고 분석한다는 건 엄청난 관심이 없으면 못한다. 보통 찬반 내용을 들어보면 다 그럴듯하다. 그리고 그 수많은 후보들은 누가 누군지도 모른다.

때로는 내가 찍으려는 사람만 찍곤 다른 선거직은 빈칸으로 하고 나올 때도 있고 때론 기분에 따라 선거직에 나온 후보들의 직업을 보고 이런 직업이면 이 일을 잘 맡겠지라는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후보를 선택한다. 아니면 무조건 당만 보고 찍을 때도 있다. 선거 당일도 그렇다. 그리고 정작 투표용지에 주민발의안 찬반이나 후보자에 대한 표를 찍어 내려가는 것도 쉽지 않다.

노인, 이민자들 그리고 신체적으로나 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투표장에서 제대로 투표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매번 든다. 한마디로 미국 선거는 너무 어렵다. 도대체 이런 투표 방식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도 갖게 한다.

미국 선거도 대통령 선거를 빼고 대부분의 지방선거는 큰 이슈가 없으면 바닥을 기는 투표율로 찬반이 결정이 되고 후보자가 결정된다. 결국 노조라든지 조직이 탄탄한 투표 그룹이 지지하는 발의안이나 후보가 이기게 돼 있다. 후보 A와 B가 있다고 하자. 여론조사에선 A가 우세하다. 하지만 정작 B의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더 많이 나오면 B가 이기는 거다.

현대 미국 민주주의의 문제점은 대다수의 유권자가 선거에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도 이제 닮아가고 있다. 선거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나 할까. 미국은 사업장에서 투표 때는 2시간을 유급으로 주며 선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쓰게 해준다. 하지만 대선이나 주요한 이슈가 있는 선거를 제외한 선거들의 투표율은 두 자릿수를 채우기는 것으로 만족할 정도다.

이번 유월에 중간선거가 있다. 요즘 한인 커뮤니티는 홈리스 셸터 부지 선정 문제로 분노에 차 있다. 민주주의에서 이런 식의 분노는 투표로 표현해야 한다. 아직 투표권이 없는 한인들은 이번 기회에 시민권 취득을 위해 노력해 보자. 그리고 투표권이 있는 한인들은 이번에야말로 투표권을 행사해 목소리를 전달하자.


김윤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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