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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한밤중에 커피 한 잔

지상문 / 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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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8/05/14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18/05/13 16:50

달아난 잠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오히려 쓸데없는 잡동사니의 지난 일들이 순서 없이 나타나 잠을 쫓아낸다.

지난 일들이라야 자랑스러운 것보다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잘못되고 잘못한 것들이 훨씬 많아서인가. 눈은 또렷해지고 가끔은 얼굴까지 달아오르도록 후회스럽다.

2000년 밀레니엄을 맞으며 시끄러웠던 21세기에 강산이 두 번 변해도 우리네 삶은 그대로인가 느껴지는 것이 없다. 낡은 잡지를 하나 집어 든다. "법관이 되면 수가 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수가 나면 그것은 비리(非理)다." 이영섭 대법원장이 후배에게 1982년에 한 충언이다. 최고 최상의 여건이 성숙된 역사적 호시를 잘 풀어나가야지 자칫 잘못하면 만고의 민족 역적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깊고 넓은 가슴이어야 한다.

LA에 넘쳐 흐르는 신앙인들, 서로 불러주는 님 님 님의 얼굴빛이 반짝인다. 언젠가 가슴의 빛이 더 밝으리라. 잠든 손녀의 손에서 인형이 스르르 풀려나 자유를 찾는다. 꿈속의 사건들은 조금은 객관적이기에 힘을 쓰지 못한다.

100-1=0 이란 수학 공식이 있다. 백번 잘하다가 한 번 잘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란 고차원 공식이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러다가 하룻밤 꼬박 새우겠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물을 받는다. 커피 한 잔이 잡동사니를 쓸어버리리라는 기대를 건다. 달아난 잠이 오히려 달려들어 올지도 모른다. 이열치열 요법이다.

애매한 모나리자의 웃음처럼 얼굴이 풀어진다. 수만 가지 상념이 한 잔 커피에 녹는다. 몸에 든 커피로 잠들기는 틀렸다는 한 가지 생각만 하다가 언제 잠들었나. 오늘 아침이 가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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