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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돈 많이 버는 노숙자

서효원 / LA
서효원 / LA 

[LA중앙일보] 발행 2018/05/19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8/05/18 17:56

나는 매일 한인타운 인근 맥아더 공원에 가서 빈 깡통을 줍는다. 하루 벌이가 대략 2달러 쯤 된다.

맥아더 공원에는 노숙자들이 많다. 매일 가다 보니 친구까지는 아니어도 서로 인사를 나누고, 말을 하게 된 노숙자들이 생겼다. 그들은 대개 멕시코를 비롯해 중남미에서 온 사람들이다. 노숙자들 중에는 서로 어울려 다니는 사람도 있고 혼자 지내는 사람도 있다.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노숙자들에게 추운 데서 자지 말고 셸터에 가라고 권한다. 그곳에 가면 잠도 좀 더 편하게 잘 수 있고, 목욕도 할 수 있고, 밥까지 먹을 수 있다. 내가 노숙자 셸터를 잘 아는 이유는 나도 그곳에서 지내 보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는 평소 알고 지내는 좀 나이 든 노숙자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이 사람은 머리를 항상 면도해서 박박 깎은 사람으로 행동거지가 단정하다. 이 노숙자가 말하기를 자기는 일을 한다고 했다.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베벌리힐스에 가서 잔디 깎는 일을 한다고 했다. 일당 125달러를 받고 일주일에 4일 일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일주일에 500달러, 한 달이면 2000달러를 번다고 했다. 나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버는 노숙자다. 그는 엘살바도르에 처자식이 있다고 했다. 미국에 온 지는 5년이 됐고, 돈은 은행에 꼬박꼬박 저금을 한다고 했다. 2년 후면 10만 달러가 모일 것이니 그때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이 사람은 그리운 처자식을 좋은 얼굴로 만나기 위해 지금 노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훌륭한 노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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