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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앰버와 예슬이

김완신 편집 부국장

"알암이의 참사는 엄마에겐 세상이 끝난 것 한가지였다.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절망과 자기 숨이 끊어지는 고통의 순간이었다. 엄마는 인사불성의 상태로 며칠을 지냈다. 몇 차례나 깜박깜박 의식을 잃기도 하였고 깨어 있을 때도 실성한 사람처럼 넋을 놓고 울다 웃다 하면서 속절없이 무너져 가고 있었다."

1983년에 발표된 이청준 단편소설 '벌레 이야기'의 일부분이다. 아들 '알암'이가 유괴된 후 처참하게 살해된 시신으로 발견됐을 때의 엄마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이 작품은 이창동 감독이 영화로 제작한 '밀양'의 원작이기도 하다.

작품은 구원과 용서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야기는 아이가 유괴당한 후 사체로 발견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최근 한국 일산에서 초등생이 납치 위기를 극적으로 모면한 사건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안양의 우예슬 이혜진양이 납치 살해된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어난 사건이라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사당국의 안일한 대처도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결국 대통령이 일선 경찰서까지 가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고 대통령의 질책이 있은 후 6시간만에 용의자가 검거됐다.

어린이 유괴사건은 일반 범죄와는 다르다. 일단은 피해 당사자가 힘없고 무고한 어린 아이이고 부모들에게는 아이에게 보다도 더 가혹한 고통을 가져다 준다.

정신적.신체적으로 약자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유괴는 가장 파렴치하고 치졸한 범죄다. 더욱이 예전에는 부유층 자녀를 택해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비정상적인 성적 성향의 유괴범들이 아이들을 납치해 성폭행을 저지르고 있다. 정신질환이 원인인 어린이 성범죄는 범인 스스로가 제어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재범으로 이어져 심각성을 더한다.

미국의 경우 유괴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 당국은 물론 방송 등 모든 매체가 동원된다. 바로 '앰버 얼러트(Amber Alert)'다. 유괴가 있을 때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용의자 검거를 위한 제보를 당부하거나 프리웨이의 전광판에 유괴로 의심되는 차량 번호를 고지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앰버 얼러트는 1996년 텍사스 알링턴에서 유괴돼 성폭행.살해된 9세 소녀 앰버 헤이거맨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현재 미전역에서는 유괴가 발생하면 앰버 얼러트를 가동한다. 일부 주에서는 앰버 얼러트 대신에 그주에서 유괴 살해된 어린이들의 이름을 붙인 경보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조지아주는 리바이스 콜 하와이주는 마일리 앰버 얼러트 아칸소주는 모건 닉 앰버 얼러트 등으로 부른다.

이같이 유괴가 발생했을 때 이용가능한 모든 매체를 동원하는 것은 납치가 납치에서 끝나지 않고 성폭행 살해 등의 극악 범죄로 이어져 초기단계에서 철저한 해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내에서 발생한 유괴사건의 70% 넘게 납치된 아이들이 살해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어린이 성범죄자의 경우 1994년부터 메간법에 의해 이름 사진 등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며 어린이 보호지역에 거주를 금하고 있다. 심지어 텍사스주의 경우는 집마당에 성범죄자임을 알리는 표시판을 붙이도록 하고 있다.

아이들이 범죄없는 세상에서 밝게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은 모든 어른들의 책임이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웃음을 지켜주지 못하는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음이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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