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주류사회 김치 수요 폭발 직전이다” 코스모스 푸드 김흥용 사장

코스코 5개 지역·트레이드조 이어 월마트 거래 추진
싸이 돌풍 이후 판매 급증…최근엔 식당 식재료 사용 급증

까다로운 요구조건 뚫고 코스코·트레이더조 납품
최근 식당 식재료로 각광


처음부터 김치공장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제조업이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내 것 좀 해봐야겠다고 7200스퀘어피트 규모의 꽤 큰 피자가게를 했는데 생각보다 돈이 안 남았다. 이전부터 생각하던 제조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소매점은 장소에 묶인다. 커지는 데 한계가 있다. 제조업은 그렇지 않다. 매일 신문 광고란에서 매물로 나온 제조업체를 들여다봤다. 하도 보다 보니 나중에는 5분이면 새로 뜬 매물이 금세 보였다.”

문제는 소매점은 많아도 제조업체는 적었다. 어느 날 ‘한국식품 공장’이라고만 적힌 매물이 나왔다. “전화를 하니 안 받았다. 하루 3번씩 끈질기게 했다. 마침내 토요일 아침에 에이전트가 전화를 받았다. ‘죄송합니다. 출장 갔다 이제 왔습니다.’ 에이전트가 받은 첫 문의 전화였다.” 주말이었지만 공장에 가 주인을 만났다. 김치공장이었다. 장부를 보니 믿을 만했다. 130만 달러. 사겠다고 했다. 공장을 보러 온 첫 손님이 흥정도 안 하니 “김 사장은 안 깎아요” 되물었다. “제가 보기엔 가격이 합리적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120만 불에 줄게.”



자신감은 그때까지 이런저런 공장을 본 경험 덕이었다. 제조업체가 나오면 일단 연락해 에이전트와 주인을 만나 얘기하면서 배우고 딜 하는 것을 “하고많은 날 하다 보니” 눈이 뜨였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아는 분을 찾았다. “아저씨, 나랑 동업 좀 하죠.” “에이, 내가 나이가 70이 다 돼서 무슨 사업이야. 내가 돈 꿔줄 테니까 그냥 해. 난 이자나 줘.” 2002년의 일이다.

인수 당시 ‘코스모스 푸드’ 매출은 60%가 주류시장, 40%가 한인 시장이었다. 처음엔 한인 시장을 겨냥했다. 두부공장도 추가로 인수해 한인마켓 쪽으로 드라이브를 걸어 30곳 모두에 다 들어갔다. 한인마켓이 전체 매출의 반으로 올라갔다. “주류시장은 성과가 빨리 안 나오니까. 한인시장은 당장 돌아다니면 매출이 눈에 띄게 뛰니까. 근데 경쟁이 심해서 가격을 못 올린다. 배추 파동이 나도. 그래서 이건 아니다, 한인시장은 그냥 유지하고 주류시장으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겠다 생각하고 필요한 걸 준비했다.”
당시 매출이 많지 않았지만 LA의 코스코와는 직거래를 하고 있었고 중간도매상의 주문생산(OEM)이 많았다. 판매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생각에 제품 개발을 한 것이 MSG 없는 김치였다. 주류시장에서는 MSG 없는 것이 필수였으니까. “씨알이 안 먹혔다. 거래가 가장 많은 도매상의 답변이 ‘넣어라’였다. MSG를 취급하는 곳이었다. 그래도 준비했다. 결국은 코스코에서 사 갔다.”

운칠기삼이라던가. 마침 운이 따라주었다. 2006년께 북가주 코스코에서 연락이 왔다. 판매가 좋지 않은 김치 브랜드를 퇴출하고 납품을 요청한 것이었다. “우리가 들어갔는데 아주 잘 됐다. 거긴 지금도 잘 된다. 한곳에서 잘 나가니까 다른 지역의 코스코에서도 요청이 들어왔다. 어느 지점에서 어떤 제품이 얼마나 팔리는 것이 다 나오니까.” 오히려 LA는 판매가 다른 곳에 비해 저조하다. 살 곳이 많아서 그런 듯하다.

또 다른 운은 한국에서 왔다. “5년 전부터 판매량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는데 그 시기가 미국에서 가수 싸이가 뜰 때였다. 시기적으로 보면 한국 드라마와 K-팝이 전반적으로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한국 대중문화가 퍼지면서 아무래도 김치를 더 먹게 된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한국문화의 인기 외에는 판매량 증가를 설명할 다른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코스코와 도매상 같은 기존 고객의 매출 증가율이 10년 동안 연 3% 정도였는데 이때부터 6~10%로 뛰었다. 한국문화 변수 외에는 생각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운이 따라주는 동안 내부적으로 주류회사가 요구하는 조건을 갖춰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는 준비를 했다. 당장 식품안전검사를 준비했다. “규모가 큰 회사는 이걸 반드시 요구한다. 안전한 음식을 만드느냐를 보는 것이다.” 제조 과정, 시설, 관리, 서류 작성 등을 점검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납품을 하려면 이 보고서가 필수적이다. “이중 문, 직원 위생교육, 청결, 집기와 세척용품, 벌레 관리 등 모든 부문을 따진다. 복잡하다. 체크 사항만 50페이지가 넘는다.” 그래도 처음부터 100%를 요구하진 않았다. 필수적인 것을 요구하고 다음엔 더 까다롭게 본다.

리콜이 가능한 것도 필수다. 리콜을 하려면 어느 회사에서 구매한 재료가 언제 사용됐고 어느 지역에서 팔리는지 제품을 추적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특히 9·11테러 이후 바이오 테러리즘이나 식품 안전성에서 더 까다로워졌다. 이런 것에 크게 개의치 않던 회사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없으면 주류시장으로 들어갈 수 없다. 납품을 얘기하면 제일 먼저 어떤 종류의 식품안전검사를 받았는지 물어본다. 검사 보고서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다른 회사로 갈 것이다. 다른 회사에 문의했다 없으면 우리에게 올 것이고.”

식품 안전 규정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트레이더조의 경우 제품 등록 자체도 굉장히 까다롭다. “요즘은 제품 이름과 번호만 넣는 게 아니다. 성분 하나하나 원산지 증명과 분석표 등을 요구한다. 문제는 김치에 사용되는 배추나 무 등이 주류 아이템이 아니라는 거다. 도매상 같은 공급처도 어떤 양식으로 어떻게 작성하는지 모른다. 제품 등록은 서류가 아니라 포털에서 한다. 이걸 거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결국은 우리가 직접 만들었다.”

주류사회의 시스템이 요구하는 조건을 완비하면서 가장 큰 직거래 고객인 코스코 판매가 늘었다. 코스코는 전국을 8개 지역으로 나누는데 LA·샌프란시스코·시애틀·시카고·뉴욕 지역 5곳에 납품한다. 뉴욕 지역은 판매량이 가장 많은 샌프란시스코 지역 수준으로 크게 뛰었다. 시애틀 지역은 새로 개발한 유기농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특이한 것은 한국과 일본, 대만, 호주 매장을 담당하는 팩림부서에서 문의가 온 것. “성사되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김치가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되는 거다. 한국 시장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특이한 것은 이런 거래가 모두 코스코에서 먼저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코스모스 푸드에는 사실상 세일즈맨이 없다. 김 사장은 “주류사회에서 팔리는 김치 제품 중 못해도 50%는 코스모스”라고 자신한다. 노출이 많은 상태에서 요구사항을 갖췄던 덕분에 기다리는 전법이 통했다.

지난해 3월부터 트레이더조에 납품을 시작한 김 사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주류시장 공략에 나섰다. 무기는 가격이다. 주문생산 방식으로 팔리던 월마트 쪽과 만나 직접 납품 방식으로 판매가를 크게 낮추면 판매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트레이더조의 4달러대 제품의 판매량이 월마트보다 비교할 수 없이 많은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가격 인하는 김치 판매에서 아주 중요하다. 1파운드 작은 병을 8달러대에 사는 고객은 많지 않다. 직거래로 가격을 낮추면 구색만 갖추던 매장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월마트 직거래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또 다른 포인트는 맛이다. 코스코와 트레이더조에서 성공한 중요한 요소다. “양배추를 갈아서 만든 김치도 있다. 젓갈이나 마늘을 뺀 것도 있다. 우린 원래의 맛을 버리지 않는다. 김치는 갑자기 먹게 되지 않는다. 식당이든 친구 집에서든 먹어본 사람이 찾는다. 그 맛을 유지해야 한다.”

김 사장이 공장 직거래를 앞세워 적극적인 시장 공략으로 돌아선 것은 지금이 주류시장에서 김치 수요가 폭발하는 단계라고 직감하기 때문이다. 하루 생산량 7톤으로 비공식이지만 단일 김치공장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코스모스가 미국 김치시장의 역사와 개척 현장에 있으면서 느끼는 감이다.

그 징후는 요식업계다. 김 사장은 싸이 열풍이 불 때쯤 김치 판매가 한 단계 올라섰다면 지금은 식당의 수요가 또 한 단계 판매 급증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최대 식재료 공급회사인 시스코에서 김치를 정식으로 등록하라는 연락이 왔다. 대형 식당, 호텔, 리조트 등 굵직한 곳이 고객인 시스코의 움직임은 요식업계에서 김치를 많이 사용한다는 증거다.

전조는 있었다. 3년 전부터 갑자기 매출이 크게 는 것이 있는데 1갤런짜리다. 주로 전국 시장을 상대하는 채소 도매상이 고객이다. 지방 고객의 요구가 늘면서 김치를 함께 보내는 것이었다.
시스코가 제품 스펙과 식품안전검사 보고서를 요구한 것은 김 사장이 최근 3년간 느낀 요식업계의 김치 수요 증가가 제1 식재료 공급회사까지 올라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식당이나 뷔페, 호텔 등에서 직접 연락이 온다. 김치병에 붙은 코스모스 브랜드를 보고 오는 것이다. 시저스 팰리스 호텔 주방 매니저의 문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김치 수요가 터지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식품 생산자와 바이어를 연결해 주는 ECRM에 올해 처음 참가하는 것도 이런 시장의 흐름을 타고 고객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미리 양측의 상담을 주선해 주는 방식이어서 기대를 걸고 있다.”

김 사장은 2016년 공장을 옮겼다. 생산 공간도 넓고 냉장시설도 넉넉하다. “동부 지역은 마켓에 진열되기까지 3~4주가 걸린다. 냉장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전국 시장에 공급할 수 없다. 주류 고객들이 꼭 묻는 것 중의 하나가 ‘매주 풀 로드가 가능한가’이다. 풀 로드는 24개 팔레트다. 한 팔레트는 140박스, 1박스는 12통이다. 결국 김치도 장치산업이다.”


안유회 논설위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