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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수입차도 관세폭탄 예고 … 한국차 직격탄 맞나

하남현.문희철(ha.namhyun@joongang.co.kr)
하남현.문희철(ha.namhyun@joongang.co.kr)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5/24 08:07

철강 이어 또 미국 보호무역 날벼락
WSJ “최대 25% 관세 부과 검토”
실현 땐 연 90만대 대미수출 막혀
무역흑자 효자 자동차산업 비상
정부, EU 등과

트럼프 발(發) 관세 폭탄이 이번에는 자동차 산업을 겨냥했다. 미국이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해 고율 관세 부과 추진 의지를 밝혔다. 자동차는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산업이다. 미국의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그 파장은 철강 산업보다 훨씬 클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고 이윤을 많이 남기는 한국 자동차 산업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에게 ‘수입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이 미국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에도 역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등 일부 국가에 대해선 개별 협상을 통해 관세 폭을 다소 줄이기도 했다.

아직 미국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실행에 옮겨진다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거대 경제권 간 갈등의 정도는 트럼프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한 보호무역주의 정책 때의 갈등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은 “트럼프의 발언이 현실화하면 정말로 무역 전쟁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유가 있다. 정 부총장은 “자동차는 연관 효과가 큰 데다, 유럽 국가와 일본이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품목으로 철강 관세 부과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이 수입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평균 2.5% 수준이다. 만약 관세율이 25%로 오르면 독일, 일본 등 주요 대미 자동차 수출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한국 자동차 산업 역시 파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동차 산업은 대(對)미 주요 수출 품목이자 무역수지 흑자의 일등공신이다. 지난해 대미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198억2000만 달러다. 이 분야의 무역수지 흑자액은 177억5000만 달러다. 전체 흑자액의 99.4%에 이른다.

이렇게 미국에 자동차를 많이 팔수 있는 데는 관세 면제가 한몫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에서 만든 승용차는 미국 시장에서 관세율 ‘0’을 적용받는다.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일본 등 경쟁국보다 이득을 누려왔다. 하지만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사실상 한국차의 미국으로의 수출길은 막힐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조철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만약 미국이 이번 관세 부과 방안을 실행한다면 한국에서 생산한 차량은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완전히 사라진다”며 “한국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410만 대를 생산해 90만 대를 미국에 수출했는데, 이 중 일부를 다른 지역에서 판매한다고 가정해도 최소 30만 대 이상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으로의 판매량을 유지하려면 국내 자동차 업계는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해야 한다. 이러면 국내 자동차 생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철강 등 연관 산업 역시 피해를 보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민·관 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는 한편, 미국 내 동향을 적극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정부가 뒷북 대응을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FTA 개정 협상 및 철강 관세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트럼프 정부가 추가로 통상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은 예측 가능했다는 것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정부는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통상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향후 압력이 반도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철강 분야 관세 협상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분야에서도 미국과 별도로 협상을 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라며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시 피해를 보는 EU와 공조를 검토하는 등 보다 전략적인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문희철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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