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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굶주린 폭도들

[LA중앙일보] 발행 2008/04/16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08/04/15 18:01

김완신 편집 부국장

프랑스가 유럽 역사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로 비옥한 영토가 거론된다. 국토의 80%가 농지인 프랑스는 지금도 식량 자급률이 300%를 넘는 대표적인 농업국가다. 예전 유럽에 흉년이 들면 각국은 풍부한 농산물을 보유한 프랑스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프랑스에 풍년이 오면 유럽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었다. 식량은 프랑스가 갖고 있는 힘이면서 무기이기도 했다.

인류학자들은 프랑스인의 낙천적 기질과 예술적 재능의 원천을 풍부한 식량에서 찾기도 한다. 식량이 확보돼야만 삶의 단계가 '생존'에서 '생활'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곡물가격이 크게 올라 식량부족으로 인한 폭동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중국과 인도의 식량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오르고 부족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쌀의 경우 최대 수출국인 이집트가 수출 금지조치를 취했고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 등도 이에 가세했다. 이들 국가들의 수출 중단은 최대 수입국인 필리핀에서 식량위기로 이어져 비상조치까지 내려졌다. 아프리카의 카메룬과 세네갈에서는 식량을 요구하는 폭동이 터져 수많은 사람이 부상을 당했다.

유엔 세계은행 로버트 졸릭 총재는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식량부족 사태는 유엔의 빈곤퇴치 운동을 후퇴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또한 빈곤국의 경우 식량부족으로 아동들이 지적.육체적 성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극한 상황까지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식량가격 폭등은 부자 나라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식량 자급율이 20% 정도인 일본과 네덜란드 50%를 조금 웃도는 스위스 등은 생산량은 적지만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어 위기는 없다.

미국에서도 식료품값이 올랐다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위싱턴포스트는 최근 미국 젊은 세대들이 갑작스런 물가상승으로 당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년간 완만한 상승세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가파른 식품값 폭등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품값이 아무리 올라도 '당황'의 수준이지 '위협'이 되지는 못한다.

반면 가난한 국가에서는 식량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지구상에 인류라는 공통의 이름으로 살고 있지만 부국과 빈국의 차이는 확연하다. 의.식.주의 각 분야에서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는 뚜렷히 구분된다.

의식주 3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식'이다. 인간은 생명체인 이상 먹지 못하면 죽을 수 밖에 없다. 기아로 죽어가는 상황에서 입고 거처할 곳은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은 아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주민 폭동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소요사태는 계속되고 남미의 일부 국가들도 식량위기를 비켜가기 힘든 상황이 됐다.

전세계에 불어닥친 식량위기를 해결하려면 식량 부국들이 나서야 한다. 현재 세계 농업은 지구촌 전 주민들을 먹여 살릴만한 충분한 양의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유통구조와 분배의 모순으로 인해 지구 한편에서는 식량을 버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목숨을 버린다.

부유한 국가가 먹을 것이 없는 빈곤국의 주민들을 외면하는 것은 처벌을 물을 수 있는 범죄는 아니다. 그러나 유엔 식량 보고관의 말처럼 이는 '인류에 대한 범죄'다. 지금 그 범죄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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