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한반도 평화와 구동존이

충격과 반전! 그렇다. 지난 24일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직후 미 트럼프 대통령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취소 공개 서한 발표는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세계의 모든 이들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리고 하루만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과 재추진 언급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2차 정상회담은 놀라운 '반전'이었다.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발표가 있기 바로 2시간 전, 세계의 주요 언론과 남한의 취재진들은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와 관측소 폭파 현장을 함께 하였으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직접 목격했다. 취소 발표 하루 전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성공적인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취소 발표에는 사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16일, 북한은 한미군사훈련 '맥스선더'를 이유로 남북고위급회담 중지를 통보했다. 담화문에서 김계관 외무성 제1 부상은 "일방적인 핵 포기만 강요하는 대화엔 흥미없다"며 북미정상회담에 응할지 재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24일엔 최선희 미국담당 외무성 부상이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 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 무산을 경고했다. 그러면서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격 취소는 이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듯 싶다.

지난 24일자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배신감에 휩싸인 음성으로… (북미)정상회담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다행히 김계관 부상이 25일 '위임에 따라' 발표한 담화에서 "만나서 첫 술에 배가 부를 리는 없겠지만, 한 가지 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며 감정적인 대응을 피하였다.

북한의 대화 의지를 밝힌 김계관 담화에 만족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자신이 전날 취소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그들(북한)은 그것을 무척 원하고 있다. 우리도 그것을 하고 싶다"고 밝히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자. 심지어 (내달) 12일에 열릴 수도 있다"며 북미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한반도 평화의 초석이 될 북미정상회담의 불씨가 어렵게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물론 아직까지는 살얼음 판이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재개 가능성 언급에 이어 26일 제 2차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우리들에게 반가운 반전이 아닐 수 없다. 하루 이틀 사이에 '충격과 반전 그리고 희망'의 연속이었다.

이같은 중차대한 시점에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바로 구동존이의 자세일 것이다. 구동존이(求同存異)란 일치하는 점은 취하고, 의견이 서로 다른 점은 잠시 보류한다는 뜻으로 중국 고전 서경(書經)에 나오는 말이다. 과거 중국의 주은래 총리가 중미 외교협상에서 사용한 이래 실리 중심의 외교전략 상징으로 인식된 사자성어다.

"우리 같은 점만 찾을 뿐 다른 점은 강조하지 맙시다. 공통점을 먼저 찾아 합의하고 다른 점이 있는 부분은 남겨둡시다. 그러면 역사와 민족이 다르더라도 서로 화합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일선 / 글렌데일 통합교육구 한국어 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