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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신문 기고문을 읽다가

[LA중앙일보] 발행 2018/06/01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8/05/31 18:29

대중 상대의 글쓰기가 더 이상 작가나 기자만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됐다. 블로그나 카카오톡,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 공간이 일상화된 덕분이다. 이들을 통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글로 표현하고 전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신문 투고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글쓰기의 대중화, 보편화의 영향인지 논설실에 접수되는 원고는 오히려 늘어난 느낌이다.

신문사에 보내오는 글을 읽어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낀 감정을 표현한 수필 같은 것이 그 하나요,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것이 또 다른 하나다. 전자는 글의 방향이 분명하고 웬만큼 논리만 뒷받침되면 무난히 읽힌다. 후자의 경우는 좀 복잡하다. 매일 매일의 뉴스 흐름을 따라가야 하고 꼼꼼한 사실 확인은 물론 담긴 정보도 정확해야 한다. 거기에 본인의 생각까지 더해져야 읽을 만한 글이 된다.

그런데 언론 보도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았거나 다른 사람의 주장이나 의견을 마치 자신의 생각인 양 다시 풀어놓은 글도 가끔 있다.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는 말인데 독창성이 생명인 글쓰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 이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 신문의 오피니언 필자는 대부분이 교수이거나 각계 전문가들이다. 이와 달리 미주 한인 신문 필자는 다양한 분야의 보통사람들이 더 많다. 전문 지식인의 글은 너무 현학적이거나 탁상공론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반면 보통사람의 글은 훨씬 진솔하고 현장감이 있다. 글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매끈한 문장, 어려운 단어, 기교적인 수식이 아니라 진실과 감동이다. 그런 점에서 미주 한인들의 글이 더 애정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오피니언면은 한인들의 다양한 생각과 관심사를 나누는 소통 공간이다. 보내오는 글은 그래서 가능한 한 다 게재하려 한다. 다만 몇 가지 기준은 있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필자와 만나게 하는 것이다. 따로 청탁한 글이 아니라면 정기 기고자라도 2~3주 간격을 두고 글을 내보내는 이유다. 글을 보냈는데도 신문에 안 실리는 경우는 그래서 생긴다.

둘째는 최소한의 수정이다. 원고를 받아보면 의외로 맞춤법이나 어법상의 오류가 많다. 중언부언 겹친 부분도 있다. 그럴 땐 고쳐서 내보낸다. 신문은 다수 대중이 보는 '교과서' 같은 매체이기 때문이다. 이민사회에서 우리말과 글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책임감이기도 하다.

셋째는 분량조절이다. 신문 지면은 제약이 있다. 너무 긴 원고는 어쩔 수 없이 줄일 수밖에 없다. 물론 필자의 의도가 왜곡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은 한다. 그래도 필자로선 못마땅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다시 한 번 양해를 구한다.

넷째는 비상식적이거나 반사회적인 내용의 여과다.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거친 표현은 순화시킨다. 노골적인 인신공격이나 사실에 반하는 내용이라면 걸러내야 한다. 신문은 자유로운 소통의 장을 지향하지만 그전에 공동체와 다수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공기(公器)라는 것도 알아주면 좋겠다.

글쓰기는 어찌 보면 꽤 힘이 드는 작업이다. 생각을 가다듬고 적절한 표현을 찾기 위해 시간과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도 필자 스스로 선택한 과정이기에 고통스럽진 않을 것이다. 자청한 고통은 오히려즐거움일 수 있다.

중국 송나라 최고의 문장가 소동파(1037~1101)는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을 돌아보니 글을 쓰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뒤엉켰던 생각들을 글로 표현해 낼 수 있게 되었을 때 가장 행복했다." 이게 어찌 소동파만의 마음일까.

행복은 전염성이 강하다. 필자가 행복한 마음으로 쓴 글이라야 독자도 행복하게 만든다. 그래서 기원 드린다. 모든 글쓰는 필자들 "행복 건필(健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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