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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만에 찾은 생모 미국에 있었다

새크라멘토 한인 입양 여성
유전자 검사 일치 사촌 찾아
플로리다주 생모와 극적 통화
“엄마 맞나요”…“맞다” 오열
이달 중순 플로리다서 상봉


“그리운 엄마가 미국 땅에 있었다니,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어요.”

한국에서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미국 가정에 입양된 한인 리앤 은지 로퍼(Leanne Eunji Roper·35)씨가 34년 만에 미국에 사는 친모와 극적으로 연락이 닿았다.

새크라멘토에서 헤어디자이너로 일하는 주부 리앤씨는 3년 전 유전자 DNA 검사를 받았다. 생육을 찾을 수 있다는 말에 큰 기대감 없이 신청했다.

그 결과가 궁금해 날마다 접속하다 차츰 흥미를 잃기 시작한 어느 날 유전자가 일치하는 사촌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모의 딸이 리앤씨처럼 혈육이 궁금해 DNA 검사를 한 것이 계기였다. 이종사촌으로부터 친 엄마의 이름과 사진을 얻었지만 만남은 쉽사리 성사되지 않았다.

플로리다에 살며 가정을 가진 친 엄마가 지금의 가족을 걱정한다고 사촌은 전해왔다. 연락이 닿지 않으니 실제 엄마인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엄마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에 리앤씨는 페이스북을 검색했다. 페북 사진 속 여성이 놀라울 정도로 자신과 쏙 빼닮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사촌이 알려준 이름과 달랐다.

틈만 나면 셀폰으로 페북에 들어가는 일이 잦아졌다. 페북에 오른 모든 한글을 영어로 번역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퍼즐을 맞추듯 오로지 그 생각에만 골몰했다.

때때로 꿈속에서 엄마를 찾는 꿈을 꾸기도 하며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밤마다 기도했다. “하나님 응답해주세요. 이분이 저의 친 엄마가 맞는지 알려주세요.”

기도가 하늘에 닿은 것일까. 마침내 외할머니가 부르던 결혼 전 엄마의 이름을 발견했다. 사촌이 알려준 이름과 같았다. 그녀는 “친 엄마임을 확인한 순간에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감동을 다시 떠올렸다.

리앤씨는 한미혼혈인협회와 한미커뮤니케이션경영(325kamra)에 도움을 청했다. DNA 검사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 티아 리고스키 커뮤니케이션 디렉터가 흔쾌히 도움을 자청했다. 지난 4월 만난 이들은 함께 음성메시지와 문자를 생모에게 보냈다.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티아 디렉터는 “엄마가 한국에 여행을 갔을 수도 있으니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다음날 전화벨이 울렸다. 친 엄마의 번호였다. 그녀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감출 수 없는 전율을 동시에 느꼈다고 했다. “내 생애에 최고의 전화통화였다”는 말도 곁들였다.

리앤은 언제 입양됐고 어디에서 자랐는지 자신을 소개한 뒤 “나의 엄마가 맞나요?”라고 물었다. 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흐느끼는 듯 한마디가 들렸다. “맞아요.”

리앤도 목놓아 펑펑 울었다고 했다.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의 심장이 뛰는 소리, 울먹이는 친엄마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고 그 순간의 감동을 전했다.

그녀는 엄마에게 말했다. “고마워, 나를 낳아줘서. 엄마 힘들게 할 생각 없어. 찾은 것만으로 족해, 너무 행복해…. 그리고 사랑해.”

친엄마는 가족을 설득했다. 이제 리앤씨는 새로 생긴 남동생, 여동생으로부터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재미에 흠뻑 빠져 지낸다.

갓난아기 시절부터 사랑을 듬뿍 쏟아부으며 애지중지 리앤씨를 키웠던 크리스틴 르클레어씨는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다. 질투도 느꼈다고 한다.

키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친 엄마는 티아 디렉터를 통해 “딸은 하느님이 내 몸을 통해 당신에게 준 선물”이라며 “귀하고 소중한 선물을 잘 간직해줘서 너무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양가의 모든 가족은 6월 중순에 생모가 사는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만나기로 했다. 리앤씨는 “불과 두 달 전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녀왔던 그곳에 친 엄마가 살고 있을 줄 상상조차 못 했다”며 “이제는 하나님이 나를 인도하신다는 것을 확신한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이 계획하신 오케스트라임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를 뵙게 되면 머리를 예쁘게 손질해주고 싶다”고 헤어디자이너로서의 바람도 전했다.


허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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