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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SNS속의 '꾸민 행복'

부소현 / 차장·JTBC 특파원
부소현 / 차장·JTBC 특파원  

[LA중앙일보] 발행 2018/06/02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18/06/01 19:10

#. 그의 삶은 완벽해 보였다. 항상 웃어주는 다정한 남편과 더 없이 귀여운 아들, 잡지나 광고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그림 같은 집. 일상도 한없이 여유롭다. 쇼핑, 여행, 외식, 이벤트…. 일로 지치거나, 심심해 지루하거나, 우울하거나, 섭섭할 일 따위는 없다. 쇼핑은 항상 부담없이, 일상이 지루하다 싶으면 짐을 싸 훌쩍 해외 여행을 떠난다. 기분이 우울한 날이면 근사한 곳에서 외식, 없는 기념일도 일부러 만들어 이벤트를 챙기는 남편 덕분에 섭섭할 일도 없다.

우연히 접해 보게 된 '행복 OO녀' 인스타그램 얘기다. 그의 완벽해 보이는 삶을 담은 수백 장의 사진에는 부러움이 담긴 찬사의 댓글이 수도 없이 달려 있다. "너무 행복해 보여요" "또 해외에 계신 건가요?" "원피스 정보 좀 알려 주세요." 댓글들에는 감사의 답글이 빼곡히 적혀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꽤 유명한 인물이라기에 들여다 봤는데 보면 볼수록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로 시작된 감정은 자연스럽게 내 일상과 비교되며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로 변했다. 괜히 우울해지는 것 같아 창을 닫고 빠져나오니 다시 현실이다.

#. 한국에 있는 친구와의 오랜만의 긴 통화.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으로 사진만 보고 형식적인 안부만 물어오다 이날은 작정하고 수다를 떨었다. 이것저것 삶에 대한 투정을 늘어놓자 친구도 그동안 덮어 놨던 깊은 속 얘기를 한다. 친구는 마음을 많이 다쳤고 그래서 많이 외롭고 힘든 중이었다. 까맣게 몰랐다.

SNS 때문이다. 여유 있고 넘치게 풍요로워 보이는 SNS속 친구의 모습을 보이는 대로 믿었고 그래서 친구가 행복한 줄만 알았다. 일면 부럽기도 했었는데…. 친구에게 '너 행복한 줄 알았어'라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애써 공들여 예쁘게 싸 놓은 인생의 포장지를 내 맘대로 찢어 버릴 수는 없었다.

#. 언젠가 자동차 사이드 미러에 써 있는 '사물은 보이는 것보다 더 가까이 있다'는 문구에 빗대 'SNS에 보이는 삶은 현실보다 더 행복하다'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SNS 속 공개된 일기장이 누가 볼세라 늦은 밤 이불을 뒤집어 쓰고 꾹꾹 눌러 쓴 나만의 일기장과 같을 수는 없다. 다소 과장되고 현실과 다를 수 있는 건 당연하다.

SNS는 이미 우리 삶에 깊이 파고 들었다. 쉽게 지인의 안부를 묻고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내가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을 갖기도 전에 SNS를 통해 이미 상대방을 파악하고 알고 이해했다고 믿어 버린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편리함이 사람들간 보이지 않는 거리와 벽을 쌓게 한다. SNS 속의 화려한 타인의 삶은 내 인생을 우울하게 만들어 버리고 내가 포장한 SNS의 삶에 갇혀 속을 드러내지 못해 더 외로워 지기도 한다.

SNS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가식적이고 행복한 척한다는 건 아니다. 분명 공개된 삶보다 실제 삶이 더 행복하고 진실할 수도 있다. 다만 행복해 보여야 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굴레 속에 갇혀, 맞지 않는 신발과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답답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SNS가 세상을 행복으로 가장한 감옥으로 만들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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