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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 우먼] 시인 타냐 고, 엄마ㆍ약자의 아픔…주류도 주목

타 커뮤니티에 한국 문화 소개
권위있는 문학지 대표작가 선정

대다수 시인은 마음으로 글을 쓴다. 따뜻함, 부드러움, 기쁨과 슬픔, 외로움… 이런 마음 속 풍광이 시어로 탄생되는 것이 바로 그래서다. 그러나 타냐 고 시인은 '마음 만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시가 탄생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늘 인간의 이중성, 삶의 어두움, 인생의 고달픔에 귀를 기울이고 이에 대한 성찰을 작품으로 엮는 그는 그래서 마음의 언어 위에 냉철한 사고를 얹어 시를 쓴다. 여러 문학단체에서 그의 작품에 호평을 보내며 상을 수여하는 것 역시 그의 시에 내포돼 있는 '삶의 성찰' 때문이다.

미국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인 타냐 고는 한인 커뮤니티 문단을 타 커뮤니티 문학계와 연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는 문인. LA 타임스의 북 페어를 포함 여러 문학 행사에서 강연하며 한인 커뮤니티 문학 활동은 물론 한인의 생활과 전통 등 타 커뮤니티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타냐 고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이민자와 소외된 자, 여성 그리고 위안부다. 여성 가운데서는 특히 엄마라는 자리에 주목한다.

이민과 여성은 삶의 힘겨움 가운데서도 자신이 체험한 자리이기 때문에 그는 '문인으로 침묵할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이 환경에 놓여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해의 도구로, 경험자에게는 공감을 통한 아픔 치유의 과정이 될 것 같아서라고 설명한다.



18세에 미국으로 이민, 바이올라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안티오크 대학에서 문예창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타냐 고는 '이민이 얼마나 힘겹고 혼란스러우며 피곤하고 외로운 자리인지' 뼈저리게 체험했다고 고백한다.

"학교에서부터 충격이었지요. 화학 시간에 칠판에 아는 문제가 써 있어 손을 들었는데 설명을 못하겠는 거예요. 영어가 서투니까요. 이민의 삶은 속 타는 순간의 연속이지요."

결혼하고 세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는 아내와 엄마의 자리가 얼마나 버겁고 힘겨운지 체험하며 엄마와 할머니 세대, 나아가서는 이 세상 모든 여성의 자리에 주목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나쁜 엄마'라는 시를 통해 그는 엄마에 대한 연민을 은유의 언어로 털어놓는다.

"이런 엄마는 나쁜 엄마입니다./ 뭐든지 맛있다고 하면서 찬밥이나 쉰밥만 드시는/옷이 많다고 하면서 남편의 낡은 옷까지 꿰매 입는/ 아픈 데가 하나도 없다고 하면서 밤새 끙끙 앓는 엄마./ 한평생 자신의 감정은 돌보지 않고/ 왠지 죄의식을 느끼며/낮은 신분으로 살아가는 엄마./ 자신은 정말 행복하다고 하면서/ 딸에게 자신의 고통이 전염될까봐/ 돌같이 거친 손과 가죽처럼 굳은 발을 감추는 엄마./ 이런 엄마는 정말 나쁜 엄마입니다." - 중략

'위안부'를 주제로 그가 시를 쓰게 된 것은 2013년 TV 뉴스를 대한 이후였다.

"숨이 턱 막혔다"고 그는 당시 감정을 털어놓는다.

"그동안 이들의 아픔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에 죄의식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그는 '푸른 꽃'(Comfort Woman)이라는 제목으로 위안부에 대한 시를 써왔다. 그들이 겪었을 아픔을 그는 잔잔하게 일기쓰듯 시어로 옮긴다.

'푸른 꽃'은 시 낭송회에서 으레 청중의 눈을 적시는 대표적 시가 되었다. 타냐 고가 삶의 시를 놓을 수 없는 것은 전세계에서 우연히 시를 읽고 감동했다고 편지를 보내주는 사람들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엄마와의 불화 속에 불리미아로 고통받던 한 여성이 이를 주제로 쓴 제 시를 읽고 논문에 인용하며 병을 치유했다고 논문을 보내 와 저도 놀랐습니다"

시인 뿐 아니라 번역가와 컬처럴 큐레이터로도 활동하는 타냐 고는 "사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작가가 되겠다" 고 다짐한다.

최근 권위의 문학지(Aeolian Harp Anthology - Glass Lyre Press)의 대표작가로 선정, 올 여름 시집 출간이 예정됐고 연세대학 미주총동문회로부터 미주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뽑히는 영예가 겹친 그는 수상도 이런 다짐에 대한 격려로 받아들이겠다며 기뻐한다.


유이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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