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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인터넷 댓글의 책임감

오수연 / 사회부 차장·문화담당
오수연 / 사회부 차장·문화담당 

[LA중앙일보] 발행 2018/06/04 미주판 11면 기사입력 2018/06/03 14:58

요즘은 인터넷에서 기사를 읽고 나면 댓글까지 습관처럼 읽는다. 같은 기사나 사안을 두고 다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다. 댓글에는 사람들의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가감없는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익명이라는 그늘에 숨어 과도한 비방이 난무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얼마 전 '마카롱 10개' 사건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잘나가던 마카롱 가게의 사장과 손님이 SNS상에서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결국 맞고소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손님은 마카롱을 한번에 10개나 먹었다는 이유로 가게 사장에게 조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불거지자 사장은 억울하다며 해명을 위한 CCTV 영상을 공개했고 이를 본 손님은 더욱 분개하면서 사건이 커졌다. 심지어 시사교양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에서도 이 사건을 자세히 다뤘다.

사실 이 사건의 포인트는 댓글이다. 수많은 사람이 댓글로 이 싸움에 참여했다. 자신이 지지하는 측을 격려하고 상대 측에는 확인되지 않는 루머까지 퍼트리며 비난을 퍼부었다. 손님에게는 '마카롱 주인은 저 돼지가 10개 처먹을 동안 도축업자 안 부르고 뭘했냐'라는, 사장에게는 '마카롱 1개 이상 사먹으면 돼지 취급하는 가게 아니냐'는 입에 담기 힘든 댓글이 붙었다.

사건 당사자인 사장과 손님 역시 작은 오해에서 시작됐음을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참을 수 없었던 부분은 사건이 불거지면서 자신을 향한 악플들로 인해 이제는 참을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라고 했다.

'궁금한 이야기 Y'에 출연한 박동현 사회심리학자는 "브레이크가 없다. 운전자는 앉아 있는데 지지하는 댓글 부대에 의해 무인자동차 형식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배 사회학자는 "한 팀이 되어 싸웠던 네티즌들은 그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 자체가 해소되면 흩어지는 군중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상처를 받는 것은 당사자인 사장과 손님일 뿐이라는 얘기다.

한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는 하루에도 수천 개의 뉴스가 올라온다. 그리고 그 뉴스보다 많은 댓글이 달린다. 인기있는 기사 하나에도 수백 수천 건이다. 댓글 통계사이트 워드미터에 따르면 드루킹 파문으로 네이버가 댓글 정책 개편을 하면서 18.04%가 감소했는 데도 지난달 22일 기준 네이버 뉴스에 달린 댓글은 하루 총 25만7609개에 달했다. 이 숫자는 뉴스 이외의 콘텐츠는 제외한 것이다. 2016년 7월 통계에 따르면 뉴스, 블로그, 카페, 실시간 동영상 라이브 등을 포함하면 네이버에 생성되는 하루 평균 댓글 수는 543만 개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수다.

댓글은 쉽게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준다. 때론 여론을 형성하며 약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에게 노출되어 있는 어떤 이에게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주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한시도 놓기 힘들어 하는 이 시대의 댓글에는 큰 힘이 실렸다. 그리고 그 힘의 크기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최소한 익명이라는 투명 망토 속에 숨어서 마구 칼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 언젠가 그 칼날이 누구를 향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연예인이 아니어도 공인이 아니어도 마카롱 사장이나 손님처럼 댓글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건전한 댓글 문화를 만드는 것은 모두를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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