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뉴스 속 뉴스] 박쥐? 그래 박쥐다!

김석하 사회부 부장

'이솝우화의 박쥐' 이야기를 모르는 상태라면 박쥐는 욕 먹을 동물이 아니다.

박쥐는 새끼를 낳고 젖을 먹여 키우는 포유류다. 게다가 다른 포유류가 절대 할 수 없는 '초능력'을 지녔다.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 박쥐가 비난의 대상이 된 이유는 '동물과 새'가 될 수 있다는 것. 즉 '이중 플레이'의 개연성 때문이다.

이솝은 박쥐가 동물에 붙었다가 새에 붙었다하는 '간교한 기회주의자'로 비유했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박쥐는 양쪽을 오갈 수 있는 조건과 능력을 갖췄을 뿐이다.

요즘 화제거리는 단연 김재수 변호사의 LA총영사 내정이다.



처음 사실이 발표되자 '깜짝 인사'에 포커스가 맞춰졌고 곧바로 '보은 인사' 문제로 불거졌다. 이어 그가 '영주권자'라는 것이 도마에 올랐다. 보은 인사에 영주권자라는 두 문제가 화학적 결합을 하자 한국의 일부 여론이 비판적이다. 그가 영주권자라는 점이 더 못마땅한 분위기다.

한국에서는 영주권자를 포함한 해외동포를 '박쥐'로 보는 경향이 있다. 미국과 한국을 왔다갔다하며 자기의 이익에 맞는 쪽에 붙는다는 인식이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넌 미국이 좋아 한국을 떠났는데 왜 이제와서 한국에서 무엇을 바라느냐'라며 '넌 빠져!'라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이중국적 허용에 대한 한국민의 인식은 곱지 않다. 이달 초 외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답변이 64.4%에 달했다. 한국 국민에게 '이중'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이다. 뭔가 석연치 않고 '양다리를 걸친' 느낌이다. 영어로 '더블'이나 '멀티(다중)'란 말이 대체로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것과 비교하면 묘하다.

'더블 세일'과 '이중 판매'. 전자는 두배 싼 것 같고 후자는 뭔가 더 내는 기분이 든다. '멀티 플레이어'와 '이중 플레이어'. 전자는 능력이 많은 사람 후자는 교활한 느낌이다.

해외동포에 대한 한국의 일반적인 정서는 부정적 '이중'의 언저리에 있는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 정부는 막상 해외동포들에게 '이중'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고위 정치인이 해외 한인사회를 방문하면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현지화에도 성공하라'는 당부다.

정체성과 현지화는 사실 대립되는 말이다. 한국인의 자긍심을 키우면서 해당 국가의 모범시민이 된다는 것이 쉬운 일인가. 그 목적에 따르려면 어차피 '이중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요즘 시대정신은 '선진화'다. 한국을 알고 세계를 아는 멀티 플레이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외동포 공직 적극 수용'은 이런 신념에서 나왔다. 박쥐는 하늘과 땅을 알고 초음파를 쏴서 어둠 속의 장애물을 피한다. 무엇보다 거꾸로 매달려 생활한다.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지와 모국을 아는 해외동포는 세계로 뻗어 나가려는 대한민국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또 폭 넓고 색다른 안목으로 창의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해외동포를 기원전 6세기에 쓰여진 우화 속의 얄미운 박쥐로 폄훼하는 한국정서에 한마디 하고 싶다.

"세상은 변했고 박쥐는 황금박쥐와 배트맨이라는 영웅으로 태어난 지 이미 오래다."

한국은 이솝의 우화가 아닌 진정한 박쥐의 생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해외동포 출신이 현지 공관장이 되는 것은 시대정신에 부합되는 일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