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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북미회담 vs 미북회담

남-북-미-중-러-일. 국제 관계에서 여러 나라를 동시에 언급할 때 관례적으로 정해진 순서다. 우리와 지리적으로 혹은 심정적으로 얼마나 가까운가에 따른 것이다. 역사 기록도 대체로 이 순서대로다. 중일전쟁, 러일전쟁, 중러국경이라 하지 일중전쟁, 일러전쟁, 러중국경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들어갈 땐 조금 미묘해지긴 한다. 우리와는 전쟁까지 치렀을 뿐 아니라 지금도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적국'이기 때문에 무조건 맨 나중에 언급하는 것이 심정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실제는 그 반대다. 지금 감정이야 그렇다 해도 과거 역사를 공유한 같은 나라였고 앞으로도 언젠가는 함께 해야 할 우리 민족, 우리 땅이기 때문에 그 어떤 나라보다 앞에 둔다. 굳이 북미회담, 북중관계, 북일외교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순서를 바꿔 북미회담을 미북회담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것 같다. 나라같지도 않은 나라 북한보다는 혈맹의 미국을 앞세우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에서다. 또 미주에선 시민권을 받아 미국인(?)이 된 분들도 많으니 더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는 오랜 우리말 표기 관례와 역사 기록의 관성을 하루아침에 거스르는 것이어서 자연스럽지는 않아 보인다.

북한에서 남북회담을 북남회담이라 할 때 어색하고 불편한 이유는 그것이 동서남북이라는 자연스러운 언어 습관을 거스른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당장 북한이 밉다고 익숙해있던 언어습관까지 바꾸는 것은 억지스럽기도 하고 조금은 옹졸한 처사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보다 수십 배는 더 반북 반공에 투철했던 박정희 시대에도 북미관계였지 미북관계라고는 안 썼다.



참고로 한국의 언론 매체 중에는 조선일보 같은 일부 보수매체만 미북회담으로 쓰지 중앙일보를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은 북미회담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종호 논설실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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