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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중재자에게 갈채를

역사적인 북미 회담까지는 꼭 1주일을 남겨 놓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엎치락뒤치락해가며 실무회담을 이끌어 가고는 있으나 아직도 회담의 성공 여부를 확신하기에는 이르다. 다행히도 지난 주말 김영철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의 고위급 회담을 마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함으로써 6·12 북미 정상회담 자체는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 온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매우 컸다. 나는 지난번 '시론'을 통해 당시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렇게 당부한 적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미 공조는 굳건히 지켜나가되 무엇이 우리 민족의 이익이고 어느 것이 한반도가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로 가는 길인가를 솔직하고 담대하게 전달하기 바란다'라고.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말을 전혀 들을 준비를 하지 않고 있었다. 조언을 하러 온 사람의 말은 제쳐두고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돌출 발언을 하는가 하면 문 대통령의 면전에서 그의 점수를 매기는 결례를 서슴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사전 통보 없이 북미 회담을 아예 취소해버리는 참으로 65년 한미 동맹사에서 유례없는 사고를 저지르고 말았다. 트럼프의 이러한 가벼운 언행보다 더 놀라운 일은 한국의 보수언론들이 트럼프의 무례함에는 입을 닫아버리고 문 대통령이 그런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는 듯한 사대주의 발상을 여과 없이 들어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그들 수준의 한미 동맹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자기가 차지하고 싶은 공을 나누어 가지려 하지 말라는 뜻인 것 같으나 그게 도대체 타당한 논리인가. 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을 얼마나 내세우는데…. 어차피 북핵 문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서 출발한 것이고 그래서 해결해야 하는 주체도 미국과 북한이라는 사실은 한국 국민도 알고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한국은 북핵 문제가 북미 간 문제로 머무르지 않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어 그것을 걷어내는 일이 숙원이었다. 한국은 그 문제에 관해 제삼자이면서 또한 당사자라는 운명을 알고 있기에 공정한 중재자를 자처했고 그 마중물로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연 데 이어 평양을 방문했던 정의용 특사 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 북미 회담을 성사시켰다. 그 이후 진정성과 성의를 다해 미국에 조언하고 모든 정보를 공유해가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북한이라고 문 대통령의 진정성을 100% 이해해준 것은 아니었다 못마땅한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첫 번째로 열기로 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깨버린 것은 북한의 큰 패착이었다. 북한은 한국이 늘 설득한 바와 같이 앞으로 미국과 친하게 지내야 하지만 또한 한국의 경제적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음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에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급거 미국을 찾은 것도 문 대통령의 조언에 의한 것이었다니 늦게나마 다행한 일이다.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이 마무리된 날 남북은 미뤄왔던 고위급 회담을 열어 막혀있던 남북 교류의 문을 활짝 열어 마음이 다 후련하다. 이는 그동안 동맹과 동족 사이에서 문 대통령이 갖은 오해와 수모를 감내하며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온 그 값진 결과로 보고 갈채를 보낸다. 이제 미국에게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에게는 완전한 체제 보장을 그리고 한반도에는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으로 이어질 완전한 평화의 그 날을 기다려 본다.


김용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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