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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한반도 드라마'의 흥행몰이

[LA중앙일보] 발행 2018/06/06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6/05 18:45

'한반도 드라마'가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클라이맥스를 향하고 있다. 드라마는 전쟁 분위기가 절정에 이른 순간 첫 회를 시작했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합의, 거친 기 싸움, 난데없는 회담 취소, 24시간 내 취소 번복, 일사천리 회담 준비까지 회를 거듭할수록 스토리는 흥미를 더했다.

동시에 캐릭터의 힘이 넘치는 드라마였다. 도널드 트럼프, 문재인, 김정은, 시진핑. 이 네 명의 주연은 독특한 캐릭터로 드라마에 아우라를 더했다. 여기에 마이크 폼페이오, 존 볼턴, 마이크 펜스, 정의용, 서훈, 김여정, 김영철, 김계관, 최선희 등 조연이 가세했다.

드라마에서 뺄 수 없는 것이 전례 없는 형식이다. 그 시작인 남북 정상회담 이래 생중계 외교가 계속되고 있다. 외교는 문 뒤에서 벌어지고 결과는 정해진 틀 안에서 발표됐으나 한반도 드라마는 달랐다. 이런 외교도 있나 싶다. 언론을 믿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도 반영된 것이지만 이제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이어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까지 실시간 트위터 발표에 나섰다.

덕분에 한반도 드라마는 흥행에 성공했다. 사람들은 드라마의 흐름을 분석하고 다음 에피소드를 예측하며 시청자를 넘어 참여자가 됐다. 회담 취소 번복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원톱 주연으로 한반도 드라마의 흥행몰이를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일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나 북미 정상회담 12일 개최를 확정했다. 4일에는 샌더스 대변인이 오전 9시 회담 시작을 알렸고 5일엔 트위터로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회담 개최를 밝혔다.

원톱 주연의 활약에 가장 불안한 것은 일본과 중국이다. 처음부터 드라마에서 배제된 아베 총리는 새로운 에피소드가 나올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으로 존재감 회복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오는 7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만 전망은 어둡다.

중국도 초조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을 만난 뒤 변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때린 뒤 시 주석은 수세에 몰렸다. 지금까지 중국은 미국의 인정 아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 이후 영향력은 급격히 쇠퇴했다. 이제는 종전 선언에서 제외될 위기에 놓였다. 정상회담으로 북미 사이에 직거래가 이루어지면 중국의 동아시아 영향력은 더욱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 환구시보 사설에는 중국의 절박한 심정이 들어있다. 지난 29일엔 "중국은 실력이 있고 지리적으로 가까워 한반도의 중대한 결정에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5일에는 "사실상 한반도 문제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은 분주히 뛰어다니는 한국보다 중국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난 실력이 있고 한국보다 잘한다'고 미국에 호소하는 분위기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이번 회담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강조하고 있다. 연속적인 북미 회담을 예고하는 것이다. 남북과 북미의 직거래에 중국과 일본이 두려움을 느낄 만하다. 특히 유일하게 북한과 직거래를 트지 못하고 있는 일본이 그렇다.

반면 러시아는 막판 신 스틸러를 노리고 있다. 월드컵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초대하며 평창올림픽식 외교로 경제협력 이익을 노리고 있다.

미국 내 전문가와 이전 행정부 관료, 언론은 북미 회담,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이다. 빌 클린턴·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의 실패를 답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정권 말기에 시작해 동력을 잃었다는 점이다. 이미 동아시아는 이 드라마의 성공을 전제로 행동하고 있다. 실패만 얘기하는 것은 또 다른 실패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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