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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사도리'의 도끼

김완신 편집 부국장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한다고 말한다. 선거에서는 욕심없이 국가를 위해 일할 사람은 자신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정치판을 보면 욕심 많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한국에서 고위 공직자에 내정된 인물들이 줄줄이 물러나고 있다. 부동산 투기로 얻은 재물에 더해 고위직의 명예까지 욕심내다가 결국은 여론이 밀려 사퇴했다.

미국은 대통령 후보 경선이 한창이다.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지리한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을 이끌 대통령은 바로 자신이라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에 열중하고 있다. 모두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욕심이 난무하는 시대에 인디언들의 삶은 많은 교훈을 준다. 디 브라운이 저술한 인디언 역사에 나타난 인디언들의 자연과 재물에 대한 생각은 소박하기만 하다.



그들의 소망은 '그들의 땅에서 살 수 있는 것'이었다. 대지를 소유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다만 땅을 빌어 살다가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었다.

비축의 개념도 없었다. 먹을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이 동물을 잡는 일이 없었고 훗날을 위해 음식을 쌓아두지도 않았다. 이런 행동은 모두 자연에 대한 불경이라고 생각했다.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지킬 것도 없었던 것이 그들의 삶이었다. 소유하지도 가지려고도 하지 않았던 그들의 마음에는 '장애'가 없었다.

불교에서는 마음에 장애가 없는 상태를 '무심(無心)'이라고 한다. '무심'은 '마음을 비운다'는 쉬운 말이지만 '마음을 비우는 법'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일본 선불교의 대가인 스즈키 선사는 무심의 경지를 '사오리'라는 동물을 비유해 설명했다. 사오리는 사람의 마음을 훤하게 꿰뚫어보는 능력을 지닌 상상의 동물이다.

어느날 나무꾼이 사오리를 발견했다. 나무꾼은 나무를 하면서 속 마음으로는 기회가 오면 사오리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사오리는 나무꾼의 마음을 먼저 알고 요리조리 도망을 쳤다. 심지어 나무꾼이 오른쪽으로 도끼를 던지려고 하면 먼저 알고 왼쪽으로 피할 정도였다.

할 수 없이 나무꾼은 사오리를 잡지 않겠다고 속으로 결심했다. 그러자 사오리는 "네가 마음속으로 나를 안잡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너는 무의식중에 기회가 되면 나를 잡겠다고 생각하고 있어"라며 나무꾼 주위를 맴돌면서 놀렸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지닌 사도리를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 나무꾼은 사도리를 단념하고 나무하는 일에만 몰두했다. 도끼질에만 정신을 쏟고 열심히 하다보니 사도리가 옆에 있는 것도 잊을 정도였다.

나무꾼은 한동안 나무를 했고 그런 중에 손이 미끄러워 실수로 도끼를 놓쳤는데 그 도끼에 마침 근처에 있던 사도리가 맞아 죽었다. 잡을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사도리가 죽었다. 잡겠다는 욕심을 있을 때는 잡을 수 없었던 사도리가 욕심을 버리자 잡힌 것이다.

신체를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 몸의 장애라면 욕심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마음의 장애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는 욕심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마음에 평안이 찾아들지 못한다.

탐욕의 시대다. 가지려고만 하고 비우려고는 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 모두는 마음속에 욕심을 가득 채운 채 사오리를 잡으려고 부질없이 도끼질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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