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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입과 귀' 이연향, 아이 둘 키우다 통역관으로

강혜란
강혜란 기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6/11 23:25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입·귀 맡아 밀착 수행
김정은 측 김주성은 태영호 책에도 등장한 '1호 통역'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역을 맡은 이연향 국무부 통역국장(오른쪽 둘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을 통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2일 싱가포르에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단독 회담·확대 회담·업무 오찬에 이어 역사적인 합의문 서명까지 총 3시간 가까운 시간을 함께 했다. 이 대부분의 시간에 두 명의 통역관이 함께 해 이날 처음 대면한 두 정상의 소통을 도왔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통역을 맡은 미국 측 인사는 미국 국무부 소속 이연향(61) 통역국장이다. '닥터 리'로 불리는 이 국장은 지난달 워싱턴DC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나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이 국장이 통역을 맡았다.

이 국장은 미국 정부가 참여하는 국제 회의와 각종 회담의 통역을 전담하는 통역국의 책임자다. 아시아계로 이 자리에 오른 이는 이 국장이 처음이다. 통역국은 45개 언어를 관리하며 외부 통역사만 1500여 명이다.

이 국장은 전업주부에서 세계 최강 지도자의 눈과 귀가 된 인생 역정으로 유명하다. 영어 이력은 아버지 일 때문에 이란 국제중학교를 나오고 연세대 재학 중 교내영자지에서 활동한 것, 그리고 결혼 후 남편 유학을 따라 2년 정도 미국에서 산 게 전부였다. 아이 둘을 키우며 살던 1989년, 33세 나이에 친구 권유로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에 입학했다. 전문통역사의 길을 걸으면서 다국적 회사를 다니는 남편을 두고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연향 미국 국무부 통역국장. [중앙포토]


2011년 10월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오른쪽 앞)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 앞)이 워싱턴 외곽에 있는 한식당 우래옥에서 비공식 만찬 모임을 가졌다.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미국 의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법안 통과 소식을 접했다. 13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한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는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펜타곤을 방문했다. 당시 통역을 수행한 이연향 국장이 오바마 대통령 옆에 앉아 있다. [중앙포토]

96년 미국 몬트레이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다 2년 만인 98년 귀국을 타진했다. 그런데 중3 딸을 ‘특례 입학’시키는 과정에서 관련 규정의 불합리함을 맞닥뜨리게 됐다. 2010년 조선일보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교육청에서 '아빠 따라가 외국에서 공부한 아이들은 대상이지만 엄마 따라간 아이는 자격이 없다'고 하더라"면서 거듭된 탄원에도 소용없었다고 회고했다.

"여성 차별이 이렇게 심한 나라에서 딸을 키울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 국장은 미국에 남기로 하고 그렇게 미국에서 학교를 마친 딸 조동선(35)씨와 아들 조정욱(33)씨는 2010년 당시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 국장은 2015년 본지와의 인터뷰 때 정상회담 통역의 에피소드를 묻자 “통역사의 기본은 보안”이라며 “현장에서 오간 대화는 현장을 벗어나면 잊는다”고 말했다.


북한 측 김주성 통역관도 낯설지 않은 인물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전담 통역팀인 '1호 통역'으로서 앞서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할 때도 통역을 맡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뉴욕의 마천루를 내려다보게 안내하는 장면에서 사진에 함께 찍히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30일 저녁(현지시간) 맨해튼 고층빌딩에서 마련한 환영만찬에 앞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에게 창밖의 뉴욕 스카이라인을 소개하고 있다. 김영철 뒤에서 통역하고 있는 인물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호 통역'인 김주성 통역관. [사진 미국 국무부]



12일 역사적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는 것을 돕고 있는 북측 김주성 통역관. [뉴시스]

태영호 전 주영국북한대사관 공사가 최근 펴낸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선 김 위원장 통역을 전담하는 당 국제부 8과 부원으로 소개됐다.

김 통역관은 평양외국어대학 영어학부를 졸업하고 외국어대 동시통역연구소를 거쳐 외무성 번역국 과장으로 근무하다 국제부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인 11일 김 위원장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간 회담에도 통역사로 활약했다.

이날 두 통역사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첫 악수를 주고받은 뒤 회담장으로 이동하는 과정부터 밀착 수행하며 두 사람의 입과 귀를 대신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업무 오찬을 마치고 카펠라 호텔 건물에서 걸어나와 이동할 때 잠시 통역 없이 두 사람만의 산책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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