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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허망한 '광우병' 논란

김석하 사회부 부장

#. 소의 슬픈 생애=수소는 태어나서 3개월이면 거세 당한다. 육질이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후 20개월 정도가 되면 도축된다. 암소는 12~14개월쯤 수정을 시킨다. 임신기간은 사람과 비슷한 285일. 결국 새끼 한마리 낳으면 사람 식탁에 오른다.

알지 못하는 병이 가장 무섭다. 실체가 없는 불안과 절망은 철학자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이 브레이크 없는 불안으로 치닫고 있다.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 확률을 내세워 '안전과 위험'이라는 극대칭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우린 잘 먹고 있고 병 안걸렸다'와 '아무리 작은 확률이지만 단 1명이라도 죽으면 어쩔래'가 맞붙은 상황이다.

이성적 논쟁은 위장일뿐 속내는 감정적 반감만이 뾰족하다.

광우병 특히 문제의 인간광우병은 인류 역사로 보면 아주 최근에 생겨난(알려진) 질병이다. 과학적 연구기간이 짧고 그 성과는 많지 않다.

'도대체 이게 무엇이고 어떻게 생겨나며 어떻게 번지는지'를 제대로 알려줄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

이렇다보니 경험적 예견과 불분명한 수치를 전제로 한 공방만이 남을 뿐이다.

현재로서는 누가 이기고 질 일도 없다. 그냥 자신이 알고 있는 숫자와 결론 안 난 지식으로 밀어붙이면 되는 상황이다. 긴 잠복기(10년~40년)로 인해 당장의 책임감에서도 자유롭다.

이번 논란의 핵심 쟁점은 30개월 이상된 소다. 30개월이 넘은 소에서 99% 광우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런 소를 수입해야만 하는 한국민으로서는 화가 날 만 하다. 정부가 광우병 위험물질을 제거했다고 아무리 말해도 '쓰레기 소.미친 소'라는 선명한 감정적 단어 앞에 어떤 것도 맥을 못춘다.

사실 과학적 접근을 하면 30개월 이상된 소에서 광우병이 발병했다면 이미 30개월 이전부터 병은 잠재돼 있었다고 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번 한.미간의 쇠고기 수입 공방에서 재미한인이 애매하게 끼였다.

'임상실험 표본'이 됐다. 한국정부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을 들며 '미국교포 200만명이 이를 입증한다'는 말을 했다.

미주 한인단체들도 "우리가 몇 십년동안 쇠고기를 먹어왔는데 아무 이상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자 한국발 '인터넷 폭격'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이나 한국정부 의견에 가까운 한마디만 나와도 욕설 섞인 댓글이 주르륵 쏟아진다. 태평양 건너 멀리 있지만 주눅이 들 정도다.

요즘 서울에는 촛불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시위 군중의 60~70%가 십대 청소년들이라고 한다. 수입 반대론자들은 '봐라 어린 청소년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렇게 나서지 않냐'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의 모임과 외침의 깊은 속에는 '어게인 2002년'이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당시 8세~12세 초등학생으로 광장에 나서기에는 어렸던 아이들이 6년이 흘러 십대가 된 지금 '광장에서의 외침'을 그리워한다는 인상이 짙다. 미선.효순 사건의 정치적 외침과 월드컵의 격정적 함성을 이제 우리가 해볼 때라는 말이다. 여기에 괴담 수준의 자극적인 '인터넷 네트워크'는 광장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되고 있다.

복잡한 사안일수록 듣는 사람은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에게도 어려운 인간광우병의 발병과 전염경로가 단순히 소가 30개월을 넘고 안넘고의 차이 속에 묻힌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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