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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프랭클린'의 환한 미소

이산하 / 노워크
이산하 / 노워크 

[LA중앙일보] 발행 2018/06/13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6/12 20:26

이른 저녁을 맛있게 끝내고 TV 앞에서 NFL 수퍼보울을 보고 있는데, 아내가 내일 아침 모닝커피에 넣을 우유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킨다.

귀찮고 내키지 않았지만 등 떠밀려 집을 나섰다. 낮에는 제법 따뜻했으나, 저녁이 되니까 갑자기 세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어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집에서 마켓까지는 두 블록이 좀 넘는다.

한 블록쯤 걸었을까, 저만치 붉은 공장 담 아래서 노숙하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꼬부려 누운 자세로 나를 바라보는 휑한 눈길이 나를 붙들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1달러를 주려고 지갑을 꺼냈는데 아뿔싸 1달러는 없고 5달러와 10달러만 있었다. 지갑을 다시 넣을 수는 없었다. 꺼낸 5달러를 주고 얼른 자리를 떠났다.

배고픈 사람에게 한끼의 식사비를 주었으면 기분 좋은 마음이어야 옳은 것인데, 아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인 일인가. 나 혼자 중얼거렸다. "참 잘한 일이야!" 추운 날씨에 배고픈 사람에게 따뜻한 식사는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긍정의 마음으로 바꾸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개운해 졌다.

마켓에서 우유와 빵을 사들고 익스프레스 라인에 섰다. 뒤로는 5~6명이 합류했다. 내 차례가 가까워 우유와 빵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고 내려다보니 시퍼런 100달러에서 프랭클린이 나를 보고 빙그레 웃고 있는 게 아닌가.

'세상에 이런 일이'. 이미 내 앞에 몇 사람이 서있고, 뒤에도 서있는데 그들은 프랭클린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얼른 몸을 낮춰 100달러를 집어들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돈으로 그 노숙자에게 먹을 것을 듬뿍 선물할 계획이었다. 흥분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노숙자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살폈으나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옛 이야기가 생각났다. 하나님이나 부처님이 사람의 마음을 시험케 하기 위해 노숙자 모습으로 내 앞에 오셨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돕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축복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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