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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잊지 못할 '잊혀진 전쟁'

"미국은 한 도시에서 한 사람이 나올까 말까 한 '미국의 희망들'을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내보냈다." 하버드대학의 고풍 어린 예배당 벽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한국전에 목숨을 바친 하버드 출신 병사들 이름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알지도 못하는 나라,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을 지키라는 부름에 응했던 미국의 젊은이들 이름이다. 바로 68년 전의 일이다.

6·25 전쟁은 북한 인민군이 242대의 전차를 앞세워 1950년 6월25 일요일 새벽 4시, 대한민국을 기습 공격해 온 것이 시작이었다. 1953년 7월 27일까지 3년여 동안 벌어진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서 한국군 전사자 13만8000여 명, 부상자 45만여 명, 미군을 포함한 유엔군 전사자 5만8000여 명, 부상자 48만여 명이 희생된 사상 유례없는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낸 상처뿐인 역사다.

그해 9월 15일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는 역전돼 북한군은 퇴각했다. 한국군과 유엔군은 38선을 돌파하여 평양을 점령하고 북진하여 압록강에 도달했으나 갑자기 중공군이 인해전술로 개입하면서 국토통일의 기회는 민족의 한으로 지금까지 남게 되었다. 결국 전쟁은 정전협정을 맺게 됨으로써 끝나지 않은 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되고 말았다. 철책선을 사이에 두고 같은 민족은 지금도 일촉즉발의 긴장된 총구를 겨누고 상대방을 응시하고 있다. 동족이면서 동족이 아닌 북한은 그동안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적화야욕의 대남 도발행위와 만행을 쉴 새 없이 지속하며 잔인한 공산주의의 속성을 끈질기게 보여주었다.

지난 6월12일은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있었다. 3대 세습의 독재자 김정은은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함으로써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악의 축'이라 일컫던 김정은을 한껏 추켜 세우더니 완전한 핵 폐기(CVID) 주제는 어디에 두고, 해마다 실시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마저 중단하겠다고 했다. 또 북한의 한미연합훈련 비난 논리인 '전쟁연습(war games)' '도발적(provocative)'이란 표현을 쓰면서 주한미군에 대한 철수 문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책상 위 핵무기 단추를 놓고 을러대던 '로켓맨' 김정은은 북미정상회담에서 의젓하고 당당한 모습인데 반해 '넘버 원 아메리카'를 외치던 트럼프의 어색한 거수경례는 그 거대한 어깨를 스스로 초라하게 만들었다며 언론은 '알맹이 없는 회담'이란 평가다. 또 북핵 폐기와 북한지원에 들어가는 돈은 "한국이 낼 것"이라며 재벌답게 금전적 수지타산을 계산하며 동맹인 한국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덩달아 문재인 대통령은 "방어적"이라고 했던 한미연합훈련의 성격을 스스로 "대북 군사압박"으로 바꾸며 맞장구를 쳤다. 이제 한미동맹의 근간을 뒤흔드는 대한민국의 안보 지형은 크게 변하고 있어 우려된다.

며칠 후면 6·25 발발 68주년이다. 지금이야말로 북한의 실체를 깊이 깨달아 굳건한 안보의식의 확립이 필요할 때다.

'철모 쓰던 머리에 백발을 쓰고 녹슨 훈장을 손에 쥔' 잊혀진 전쟁의 노병들은, 스러져 간 옛 전우들을 찾아 서울 현충원 언덕에서 말없이 흐르는 한강물만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있다. 누가 이 사람들을 모른다고 할 것인가.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육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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