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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나는 우리춤에 '당뇨 떨어지고 체중 줄고'

'강대승 전승회관' 시니어 회원들
매주 3차례씩 모여
탈춤·사물놀이 배워

우정의 종각·월드컵 등
각종 행사서 공연 선봬


문을 여는 순간, 우레와 같은 장구소리가 쏟아져 내린다. 그러나 이 천둥 같던 소리도 잠시, 이내 장구 가락은 시냇물 타고 흐르는가 싶더니 다시 세차게 퍼붓는 소나기가 돼 심장으로 파고든다. 이토록 장엄한 우리가락을 연주하는 이들은 바로 강대승 전승회관 회원들.

60~70대가 대부분인 회원들은 3년째 이곳에 모여 우리 가락과 춤을 배우고 있다. 고향 마을 사랑방처럼 정겨움으로 가득 찬 전승회관에서 우리가락과 탈춤을 배우며 청년들 부럽지 않은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시니어 회원들을 만나봤다.

#전문 연주자 못지않은 실력



지난 12일 오후 6시, 전승회관으로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복 바지와 단체 티셔츠로 갈아입은 회원들이 강 관장의 지도에 따라 탈춤 동작으로 몸 풀기를 시작한다. 10여분쯤 몸 풀기가 끝나자 장고 연습이 시작됐다.

회원들 각자의 장고소리가 알알이 모여 오케스트라 못지않은 섬세하면서도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쉼 없이 몰아친 연주는 10여분 가량 이어졌고 연주가 끝나자 회원들의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리곤 쉴 틈도 없이 곧장 사물놀이 연습에 돌입한다. 첫 북이 울리자 꽹과리를 쥔 상쇠의 울림굿을 시작으로 그 위에 장구, 징 소리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현란한 연주가 시작됐다. 말이 연습이지 전문 연주자 못지않은 실력을 뽐내며 듣는 이를 쥐락펴락한다.

15분가량의 연주가 끝나자 회원들은 서로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후 쉴 새도 없이 다시 탈춤 연습이 시작됐다.

이날 수업은 오후 9시가 좀 넘어 끝났지만 회원들은 연습이 끝나도 집에 갈 생각을 않는다. 강 관장의 아내이며 송파산대놀이 이수자인 이현숙(64)씨와 회원들이 함께 차린 늦은 저녁식사를 나누며 밀린 이야기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비비안나 최(66·LA) 회원도 이런 가족 같은 정겨움이 좋아 3년째 이곳을 찾는다고.

"전업주부다 보니 평소 사람들과 교류가 많지 않은데 여기에 오면 좋은 친구들과 언니, 동생하며 교제할 수 있어 너무 좋죠. 무엇보다 연주를 외워야 해 집중력이 좋아져서 치매예방엔 이만한 게 없지 싶어요.(웃음)"

#한인사회와 함께한 3년

그렇다고 이들이 그저 강습과 친목도모만 하는 건 아니다. 이들은 매년 우정의 종각에서 열리는 독립기념일, 8.15광복절, 제야의 종 타종식 행사에서 지신밟기와 사물놀이를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4.29 LA폭동 기념 평화대행진, 한국문화원 아리 프로젝트, 열린마당 두레 행사 등 지난 3년간 50여 차례의 크고 작은 한인 사회 행사 및 공연에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또 지난 18일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과 스웨덴 경기 당시 LA주님의영광교회에서 열린 단체응원전에서 사물놀이를 선보여 참석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오는 7월 6일 오후 7시 무형문화재 61호 박일흥 보유자와 무형문화재 17호 김호석 전수조교를 초청, 배뱅이굿 공연도 개최할 예정인 등 우리 전통문화 소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곳을 찾는 회원들의 이력은 무용 전공자와 댄스 강사부터 사업가, 전업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시니어 회원들은 주로 여성들인데 그래서인지 청일점인 박창욱(69·애너하임)씨가 유독 눈에 띄었다.

"대학시절 탈춤에 관심을 가졌다 이민 와서는 잊고 지냈죠, 그러다 이곳에 와 본격적으로 탈춤을 배우면서 지난 한을 풀고 있죠.(웃음) 배운 지 2년 반쯤 됐는데 당뇨 수치도 떨어지고 체중감량도 돼 건강을 위해서는 이만한 취미생활이 없어요."

이처럼 다양한 이력을 가진 시니어들이 한데 어우러져 수준급 실력을 뽐낼 수 있게 된 데는 우리 가락과 춤을 한인사회에 널리 보급하려는 강 관장의 집념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물놀이와 탈춤은 전신운동에 다름 아니죠. 또 우리가락은 마음의 안정을 주고 집중력 향상에도 좋아 시니어들에겐 최고의 취미생활입니다."

사뿐히 즈려밟는 춤사위와 알록달록 이야기꽃 피어나는 이곳이야말로 타향살이 외로움에 늘 그리워했던 외갓집 사랑방이 아닐는지. 어디선가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힐 것'만 같은 초여름 밤이었다.

◆전승회관은
강령탈춤 해외전승자 인강대승(66)씨가 2015년 강령탈춤의 대중화를 위해 개관한 비영리단체. 회원들은 유치원생부터 80세를 넘긴 시니어에 이르기까지 60여명 가량인데 이중 65세 이상이 40여명일 만큼 시니어들이 주를 이룬다. 수업은 매주 화~목요일 오후 6시부터 3시간가량 진행된다. 월회비는 130달러.

▶주소: 765 S. Harvard Bl. #200, LA
▶문의: (323)578-8682, (213)380-6000


이주현 객원기자 joohyunyi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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