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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총영사라는 자리

이종호 편집위원

2005년 초 뉴욕에서 문봉주 총영사가 공개적으로 성경 강좌를 열었던 적이 있었다. 이를 두고 한인사회가 크게 술렁거렸다. 전체 동포들의 화합을 도모해야 할 공직자가 특정 종교에 편향된 처신을 한다는 이유였다.

비판의 소리가 계속되자 결국 강좌는 중단되었다. 문 총영사도 "본의 아니게 타 종교인들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했다"며 사과를 했다. 사태는 그렇게 수습되었지만 이 일은 공관장의 처신이 어떠해야 하는 지를 두고두고 돌아보게 만들었다.

동포사회에서 총영사라는 자리는 그만큼 어렵다.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봉건시대 지방 제후나 된 것 같은 착각과 유혹에 빠지기도 쉽다.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재외 공관장이라는 직함에는 원하든 않든 권력의 냄새가 얼마간은 묻어 있기 때문이다.

총영사는 행사에 초대되어도 제일 상석에 앉고 축사를 해도 남보다 먼저 한다. 많지는 않지만 한인단체 지원 예산이라는 돈줄도 쥐고 있다. 일부 한인들이나 단체가 어떻게든 줄대기를 해 보려는 것도 그래서이다.



미국에는 모두 10개의 총영사관이 있다. 워싱턴.뉴욕.보스턴.시카고.애틀란타.샌프란시스코.시애틀.휴스턴.호놀룰루 그리고 LA다. 그 중 LA 총영사관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같은 해에 개설된 한국 최초의 영사관이다.

총영사도 핵심 재외공관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중량급 외교관들이 맡아 왔다.

그런 자리에 최초의 현지 출신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김재수 총영사가 오늘 부임한다.

그의 지명을 두고 선심성 인사였느니 미 영주권자가 어떻게 한국의 외무 공무원이 되느냐느니 말들이 무성했다. 외교를 좀 안다는 사람들의 비판은 좀 더 구체적이었다. "총영사관이 여권이나 발급하고 재외국민 신고나 받는 해외 동사무소가 아니듯 총영사라는 자리 또한 밥이나 먹고 행사에 불려 다니며 축사나 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오랜 경험의 전문 외교관도 버거워 할 자리를 어떻게 비전문가가 맡을 수 있느냐"는 우려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동포들은 대체로 그를 환영하고 성원하는 분위기다. 현지 사정을 훨씬 더 잘 헤아려 줄 것이라는 기대가 그의 흠결을 압도해서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업무 능력에 대한 우려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그 동안 봐 와서 알지만 총영사라는 자리가 무슨 대단한 경륜이 필요한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로도 비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가 한들 전임 보다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들인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총영사가 누가 되든 동포들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총영사라는 자리를 자꾸 거론하는 것은 그 자리가 갖는 상징성과 특수성 때문이다.

이번 총영사 부임은 현지 출신 시대의 개막이라는 것과 동포들의 관심을 돌려 놓았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오랜 숙원인 참정권이나 이중 국적 문제에 대한 이해 역시 그만한 사람이 없다는 점도 동포들을 고무케 한다.

이제부터 지켜볼 것이다. 바라기는 처음부터 똑 부러진 처신으로 이런저런 우려들을 말끔히 씻어 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그것 보라 총영사라는 자리가 부임해서 업무를 배운 뒤 해도 될 만큼 한가한 자리는 아니지 않느냐"는 식의 뒷말이 한마디도 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간절하다. 그의 성공이 수백만 해외 동포들에겐 새로운 희망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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