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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복지급여 70% 삭감 끝에 그리스 구제금융 8월 졸업한다

김성탁
김성탁 기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6/22 01:19

추가 개혁법안 처리 후 채권국과 구제금융 졸업 합의
과도한 복지, 공공부문 비대화로 금융위기에 휘청
2010년 이후 복지급여 70% 삭감, 공무원 26% 줄여
여전히 빈곤과 높은 실업률, 불평등 심각해 숙제


유클리드 타칼로토스 그리스 재무장관(왼쪽)이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8년 만에 구제금융을 졸업하는 합의에 도달하자 감격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리스가 오는 8월 구제금융에서 졸업한다.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한 지 8년 만이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유로화를 쓰는 19개국이 참여한 유로존의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21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회의를 열고 그리스의 구제금융을 끝내는 방안에 합의했다.
유로그룹은 “그리스 당국과 국민이 유럽안정화기구(ESM)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축하한다”며 “그리스는 재정적, 구조적 개혁을 기반으로 경제를 튼튼하게 해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 앞서 그리스 의회는 지난 14일 강도 높은 긴축 정책과 구조 개혁을 담은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국제 채권단은 이 법안 통과를 그리스 정부의 구제금융 졸업을 위한 선행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이 개혁법안에는 연금 추가 삭감, 의료 서비스 감축, 세금 인상 등의 조치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그리스인들이 받는 연금은 내년부터 최대 18%까지 추가로 깎인다. 2020년부터는 면세에 더 엄격한 규정이 적용된다. 그리스는 이런 조치들로 연간 50억 유로를 절감해 재정 흑자 규모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스 연금 수급자들이 정부의 긴축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리스는 복지제도의 과도한 확대, 공공 부문 비대화 등을 추진하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치자 2010년 재정 위기로 국가 부도 직전에 몰렸다. 이후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채권단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구제 금융을 받았다. 그 대가로 강도 높은 긴축 정책과 구조 개혁을 시행해야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총 860억 유로(약 110조원) 규모의 3차 구제금융은 오는 8월 20일 종료된다.

그리스는 그동안 10차례 이상 연금을 삭감하는 연금 개혁과 공무원 축소 등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연금수령액은 700유로(약 91만원) 수령자는 14%를, 3500유로(약 450만원) 수령자는 44%를 깍는 강도 높은 정책이 도입됐다. 연금 수령 연령도 65세에서 67세로 올렸다. 이에 따라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연금 및 기타 복지 급여는 무려 70% 삭감됐다.

같은 기간 공공 부문 규모는 26% 줄어들었다. 2009년 90만명에 달하던 공무원이 2016년 67만명 수준이 됐다. 공무원 임금은 38% 줄어들었다.

정부의 긴축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항의해온 그리스 국민은 의회가 추가 긴축 법안을 통과시키자 또다시 격렬히 반발했다. 아테네 시내에는 노동자 3000여 명이 몰려나와 시위를 벌였다. 아테네 공공 교통 부문도 노동 조건 악화 등을 이유로 파업했다.

부채를 갚지 못하는 이들의 부동산을 그리스 정부가 장제 처분하고 나서자 주민들이 반발하는 시위를 벌였다. [EPA=연합뉴스]


그리스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2.0%(IMF 전망치) 성장할 것으로 추산됐다. 내년에는 2.3%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1.4%를 기록하며 플러스로 돌아선 후 회복세를 지속한다는 전망이다. 2011년 성장률이 -9.1%였던 데 비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그리스 최대 항공사인 에게 항공이 에어버스사에 여객기 40여 대를 주문하는 등 경제 회생의 기운도 돌고 있다.

유로그룹의 합의안에 대해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그리스 위기의 종료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리스 국민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진행형이다. 채권자 중 하나인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그리스가 구조 개혁과 견고한 재정 정책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스 경제성장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리스의 장기 성장 전망이 여전히 완만하다고 진단하면서 8월 구제금융 졸업 이후에도 추가 개혁이 지속해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는 ‘2018 그리스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그리스 경제가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빈곤율과 실업률이 높고 불평등이 심각하며 행정도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178.6%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유로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구제금융이 끝난 이후에도 기업 민영화, 연금 수령 연령 상향 등 개혁 노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19년 총선 등을 앞둔 그리스가 다시 방만 경영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우려하는 발언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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