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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선조들의 '100일 검진'

수잔 정/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둘째 외손자의 백일잔치를 했다. 사과 배를 탑처럼 쌓아올리고 상 한 가운데는 시루떡과 경단을 수북히 쟁반에 담아 놓았다. 떡 벌어지게 차려진 상 뒤에 의자를 놓고 그 위에서 발가벗은 '혜성'이가 싱긋거리며 사진에 찍혔다.

"은하수에서 떨어지는 별은 무엇이라고 부르나요?"라는 사위의 질문에 장인이 '혜성'이라고 답한 것이 바로 이 아기의 이름이 되었다. 푸른 눈의 내 사위는 한국어를 열심히 배웠다. 아내 '은하'의 이름이 은하수(Galaxy)에서 왔으니 거기서 떨어져 나온 별이 자연히 그의 둘째 아들 이름이 된 것이다.

한국어 공부를 하다가 '세종대왕'이 존경스럽다면서 첫 아들을 '세종'이라 이름 지은 사위는 한국 풍속을 좋아한다. 큰 아이 때처럼 둘째도 백일잔치는 엄마 집에서 해주겠느냐는 내 딸의 부탁에 나는 신이 났다. "아기 누드 사진 찍다가 행여나 포르노 영화 만든다고 의심받아 잡혀가는 것 아니니?" "엄마 이 백일 사진 찍어서 저의 석사 논문에 한국 풍속을 소개하는 자료로 쓸 거예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조상들의 의학적인 지혜가 옷을 벗기고 찍은 사진에 담겨있는 듯하다. 젊은 부모들이 무심코 넘어갈 선천적 질병이나 특성이 뚜렷히 사진에 기록될 테니 말이다.



예를 들면 몸 전체(신체 내부를 포함하여)에 나타날 수 있는 붉은 색 반점들이나 밖으로 내려왔어야 할 고환이 아직도 복강 안에 남아 있는 경우 등등이 모두 드러나게 될 것이다. 소아과 의사의 정기적인 신체검사가 용이하지 않았던 그 옛날에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100일 검진'의 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사진 촬영과 함께 잔치가 끝나자 이 성급한 부모는 '돌 잔치' 계획까지 미리 해놓는다. "형이 입던 한복이랑 복주머니는 그냥 쓸래요. 혜성이는 연필을 집으면 좋겠는데…"

"왜 한국의 어머니들은 그토록 공부에 큰 비중을 두세요?" 하며 정식으로 항의하던 내 딸의 입에서 연필 운운하는 말이 나오다니. 자식이 이 세상에 나온 이유 중 하나는 부모를 어른답게 성장시키려 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발가벗은 채로 '신체검사'의 길을 마련했던 우리 조상들은 이제 한 살이 되는 때에는 지적 능력과 손발의 놀림을 통해서 1년간의 성장 과정을 알아본 듯하다. 인간의 대뇌 발육 중 가장 성장이 왕성한 때가 탄생 후 1년간이다.

그 다음으로 성장이 많은 시기가 12세 정도의 사춘기 때이다. 이 때에는 어른이 될 준비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갓 태어난 아기는 몇 가지의 반사적 운동과 감각 능력만 있다. 엄마의 젖냄새를 찾아(Rooting Reflex) 젖꼭지를 힘차게 빨고(Sucking Reflex) 물에 넣으면 사지를 움직이는 수영 반사 등등이 그것이다. 보고 듣고 아픈 것을 느끼고 냄새와 맛을 알아서 행여나 상한 우유를 주면 내뱉는 능력이 있을 뿐이다.

하루에 18시간 이상의 잠을 자면서 아기의 두뇌는 크기나 능력에 박차를 가한다. 앉고 기어 다니고 걸음마를 배우는 것이 모두 두뇌 피질의 발달 덕분이다. 엄마나 가족을 보면 특별히 웃어주어서 부모를 신명나게 한다. 두뇌 피질 안의 얼굴을 외우는 뇌조직의 발달 때문이다. 가장 신나는 것은 엄마 아빠 함니(할머니) 등의 단어를 외우고 불러대는 '언어중추'의 발달이 아닐까?

아무튼 '혜성'이가 돌이 될 때까지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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