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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수 칼럼] 담배

[애틀랜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6/22 14:51


담배가 ‘은둔의 나라’ 조선에 들어온 것은 17세기 일본을 통해서라고 한다. 지금이야 담배 피우는 것이 문제가 되지만 조선 후기에는 반상(班常)을 불문하고 신분이나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피웠다고 하니 가히 흡연 천국이 아니었던가 싶다. 특히 담배를 좋아한 정조는 그의 문집에 담배를 예찬하여 정무로 시달린 때에 담배가 “화기(火氣)로 한담(寒痰)을 공격하니 가슴에 막혔던 것이 자연히 없어졌고, 연기의 진액이 폐장을 윤택하게 하여 밤잠을 안온하게 잘 수 있었다”라고 하였다. 그뿐 아니라 그는 흡연을 장려하고 모든 백성이 누구나 담배를 피우는 세상을 소망했다니 지금 생각하면 기절초풍할 일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조선 후기 대표적 화가 단원 김홍도의 ‘담배 썰기’라는 풍속화도 정조 때 그린 것이다. 찌는 듯한 한여름에 담배 가게에서 담뱃잎을 다듬고 작두로 담배를 써는 서민들의 모습을 단원 특유의 필치로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요새는 담배 한 대 어디서나 마음대로 못 피운다.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댕기기 전에 우선 흡연을 해도 되는 곳인지 확인해야 하고 주위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별로 거리낌 없이 마음대로 담배를 피울 수 있던 때를 생각하면 담배 즐기는 사람들의 수난시대라 할 것이다. 담뱃갑에는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문이 따라붙고 흡연을 억제하려는 정부 시책 때문에 담뱃값은 계속 올라간다. 지난 5월 31일은 올해로 31번째 세계금연의 날이었고 담배가 ‘인류 건강의 적’이 된 지는 한참 됐다. 같은 기호품인 술에 비교해 담배는 건강 측면에서 인체에 백해무익하고 중독성이 강해 일단 니코틴에 중독되면 끊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담배는 처음부터 입에 대지 말아야 하고 습관이 든 후엔 빨리 끊으면 끊을수록 좋다고 한다. 흡연자 대개가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시작하지만, 평생 담배의 노예가 되려고 담배를 시작하지는 않는다.

반면 누가 뭐래도 금연은커녕 담배를 지극히 사랑해서 애연가로 알려진 사람들이 있다. 한국의 유명 애연가로는 우리 근대문학 초창기의 시인 오상순(吳相淳)을 빼놓을 수 없다. 담배를 하루에 180개비(9갑)씩 피었다고 하고 생전 집도 가족도 없는 철저한 무소유의 삶을 살다 간 기인이다. 그는 보통 그의 호와 함께 ‘공초(空超) 오상순’으로 불리는데 그 호 공초가 담배꽁초의 꽁초(또는 골초)를 엇비슷하고 그럴듯하게 한자 空超로 바꾼 것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과 시와 담배가 하나라고 하여 “나와 시와 담배는/ 이음동곡(異音同曲)의 삼위일체/ 나와 내 시혼은/ 곤곤히 샘솟는 연기/ 끝없는 곡선의 선율을 타고/ 영원히 푸른 하늘 품속으로/ 각각 물들어 스며든다”라고 하였다.

담배 연기가 멋있게 보여 담배를 시작했다는 흡연자도 있지만, 담배는 그 연기가 매력적이다. 가늘게 솟아오르다 하늘거리며 흩어지는 담배 연기는 많은 사람을 감상에 젖게 한다. “내뿜는 담배 연기 끝에 희미한 옛 추억이 풀린다”. 내가 어려서 들은 유행가의 한 구절이다. 고등학교 때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담배를 한 손에 꼬나쥔 영화배우 율 브리너가 멋져 보인 일이 있었다. 결국, 흡연 때문에 폐암으로 요절한 그는 죽기 전에 금연 홍보 광고를 만드는 데 동의했고 그가 세상을 떠난 후 TV에 방영된 일이 있었다. “Now that I’m gone, I tell you don’t smoke. Whatever you do, just don’t smoke(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담배 피우지 마세요. 무엇을 하든 담배만은 피우지 마세요).” 이 광고는 유튜브에서 지금도 볼 수 있다. 코미디언 이주일도 폐암 말기인 2002년 금연을 호소하며 세상을 떠났다. 이제는 흡연자가 피우는 담배 연기를 근처에서 자기도 모르게 들이마시는 간접흡연은 직접흡연 못지않은 해독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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