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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문학은 내 애인'

[LA중앙일보] 발행 2008/05/30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8/05/29 17:02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안톤 체호프는 러시아 출신 극작가이며 소설가인데 그가 남긴 단편소설들을 사람들은 문학사상 최고봉으로 간주한다.

그는 흑해 연안에 있는 작은 항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식료품 상점을 운영했는데 열성적이며 엄격한 러시아 정교회 교인이었다. 할아버지는 원래 농노였으나 스스로 번 돈으로 몸값을 갚아 자유인이 되었다.

어머니는 아주 뛰어난 재담꾼이어서 어린 시절 체호프는 어머니에게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

그는 어려서부터 아마추어 연극 무대에 서기를 좋아했다. 1884년에 모스크바 국립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시에 의사 면허증을 받았다. 얼마 후 모스크바 남쪽 70Km에 있는 멜리코보에 정착하여 많은 환자들을 돌보았다. 거기서 그는 수많은 왕진을 통해 환자 치료에 정력을 쏟았다. 콜레라 퇴치에 앞장섰으며 많은 문맹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체호프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지만 대부분 환자들로부터 치료비를 받지 않았다.

낮에 환자들을 본 후 저녁에는 글쓰기에 전념하여 '갈매기'나 '반야 삼촌'같은 유명한 희곡을 지었다. 거기서 그는 환자로부터 결핵에 전염되어 따뜻한 휴양지인 얄타로 옮기면서 의업을 중단했다.

1890년 그는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사할린에 있는 강제수용소를 보았다. 그 곳에서 본 참상을 여행기로 남겼다. 감옥에서 구타가 처참할 지경으로 자행되었기 때문에 그의 여행기에 영향을 받은 러시아 사람들은 1897년에는 여성에게 1904년에는 남성에게 가해지는 체벌을 금지시켰다.

톨스토이가 마치 인상파 화가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고 칭찬한 단편소설들 그리고 '세 자매' '벚꽃 동산' 같은 희곡은 아직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체호프가 작품을 통해 만든 수많은 인물들 중에는 조악한 환경에서도 골치 아픈 문제를 다루는 의사가 수십 명이나 등장한다. '6 병동'이란 작품은 시골 병원 정신과 병동을 무대로 했다.

의사로서 겪은 경험은 체호프에게 다양한 작품 소재를 제공했다. 그는 의업과 작품활동 사이에서 잘 균형을 맞추려 했다.

그는 이 같은 자신의 두가지 활동을 평소 유머스러하게 표현하곤 했다. "의학은 내 법적 부인이고 문학은 내 애인이다. 내가 한 쪽에 싫증이 나면 다른 쪽과 밤을 지낸다. 한 쪽에게만 너무 지나치게 몰입하지만 않는다면 단조로움에서 벗어 나는데 안성맞춤이다. 무엇보다 나의 이 같은 부정행위(?)로 인해 가슴에 상처받는 쪽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체호프는 단편소설과 희곡을 통해 깊은 심리학적 통찰력을 보여 줬다. 그는 과학적인 합리주의가 결코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해답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의사로서 환자의 병과 씨름하면서도 마음 속에서 풀리지 않는 숙제를 풀 수 있는 탈출구를 그는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약하고 수동적이고 무능력한 수많은 인간 군상을 작품에 등장시켰다. 그에게 인간이란 부조리한 세상에 자신의 선택도 없이 버려진 희생자로 부각시킨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삶에 충실한 그였지만 임종은 쓸쓸했다. 환자로부터 옮겨진 결핵을 앓다가 결국 그 합병증으로 인해 독일에 있는 한 요양원에 입원하게 됐다. 그리고 그 곳에서 치료를 받다가 44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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