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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백골이 진토 되어

병사의 그림자는 죽음이다. 항시 쫓아다닌다.

군인의 용맹은 그 죽음을 실제로 봤을 때 솟구친다. '공격 앞으로' 명령이 떨어졌을 때 반대로 참호에서 적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을 때, 상당수 병사들은 처음에는 고개를 수그리고 총만 내들어 쏘아 댄다. 무섭기 때문이다. 그런데 옆의 전우가 총에 맞아 죽거나 큰 부상으로 생사의 기로에서 헐떡이는 모습을 보았을 때 비로소 용기가 치솟는다.

미국이 6·25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 유해를 이르면 이번 주중 건네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나무 상자 100여 개가 판문점으로 이송됐으며 오산 미군기지에는 유해를 넣을 금속관 158개가 대기하고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전쟁 때 실종된 미군은 7697명이며 이 가운데 약 5300명의 유해가 북한 땅에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동안 북미 간에 몇 차례 유해 송환이 있었지만, 정치적·외교적 관계 변화에 따라 송환에 필요한 회담이나 발굴 작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과정이 되풀이 돼왔다. 2007년 4월(6구)이 마지막이었다.



미국은 해외 전사자의 유해 송환을 매우 중시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다룬 6·12 북미회담에서조차 4개 합의사항에 이 문제를 명시할 정도다. 2009년 10월 29일 새벽 4시, 2011년 8월 9일 델라웨어 도버 공군기지에서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미군 장병 유해를 영접했다. 하나하나 운구 되는 관을 단호한 표정으로 지켜보며 오바마 대통령은 부동자세로 거수 경례를 했다. '최상의 전우애'.

미국은 전장에서 사망한 군인들의 유해는 반드시 미국으로 가져온다는 원칙이 있다.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담당부서인 DPAA(Defence POW/MIA Accounting Agency)가 임무를 담당한다. DPAA의 목표는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No One Left Behind)'다. 백골이 진토가 되었더라도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당신을 잊을 수 없다(Until They are Home, You are not forgotten)'는 의지다.

'살아 있는 인질' 협상에는 절대로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도, '죽어 있는 유해'를 찾기 위해서는 거액의 보상비를 지급할 정도다. 실제로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 미군 유해 발굴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1995년 베트남과 수교하면서 미군의 유골과 유품 회수를 전제조건으로 내걸 정도였다.

미국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자의 '죽음의 가치'를 확실하게 부여하고, 대우한다. 미군의 '백골'과 '진토'에는 자긍심이 가득할 것이다.

어제는 6·25 한국전쟁 발발 68주년이었다. 대한민국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자들에게 그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가. '죽은 이만 서럽다'는 자조적 말만 내뱉게 하는가. 전쟁 포로로 끌려갔다 돌아온 귀환국군용사회 회장 유영복씨는 "내 나라가 있고, 정부도 있고, 대통령도 있으니 '때가 되면' 데리러 올 날이 있겠거니 하고 기다렸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50년이 돼도 소식이 없고 죽을 날이 다 되어 가니 내 조국을 밟아라도 봐야겠다고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너 내 발로 한국에 들어온 거다. 나는 대한민국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는데 조국은 나를 잊어버린 것 같아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노병의 말에는 긍지가 없다. 회한과 억울함만이 있다. 국가가 솔선수범 전우애를 보이는 곳에 애국심과 조국애가 깃든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이시랴." 600여 년 전 정몽주의 시가, 내버려 잊혀진 수많은 전사자와 실종자의 흐느낌으로 다가온다.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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