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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 음악 본고장에 가짜 파르테논 신전

신현식 기자의 대륙 탐방
신현식 기자의 대륙 탐방

[LA중앙일보] 발행 2018/06/27 미주판 26면 기사입력 2018/06/26 17:37

내쉬빌 파르테논 신전 (Nashville Parthenon)

임시건물로 1897년에 지어진 내쉬빌의 파르테논 신전은 1925년 콘크리트로 개축됐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과 같은 크기다.

임시건물로 1897년에 지어진 내쉬빌의 파르테논 신전은 1925년 콘크리트로 개축됐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과 같은 크기다.

미국의 많은 도시들을 방문하면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흥미롭다. 미국의 도시들은 동부 해안가에 만들어져 서쪽으로 퍼져 나갔다. 유럽에서는 신대륙을 선점하기 위해 탐험가들을 보냈다. 영국은 귀족들이 더 많은 부를 위해 주식회사를 만들고 동부 해안에 정착민들을 보내 땅을 차지했다.

영국인 일부는 종교박해를 피해 뉴잉글랜드 지역에 정착했다. 원주민을 쫓아내고 멕시코와 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장해 나가는 게 미국 역사의 근간이다. 이 과정에 교두보 역할을 하던 동부 해변가 마을이 번성했다.

남부의 유럽 정착민들은 아프리카 노예를 수입하고 목화, 담배, 쌀을 경작해 영국으로 수출하며 부를 축적했다. 아프리카 노예 40% 이상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을 통해 입국했고 전국으로 팔려 나갔다. 노예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도시는 아직도 노예시대의 영향이 있어 인종차별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조지아주의 사바나 시는 남북전쟁 당시 북군 사령관이었던 셔먼 장군이 아름다운 도시를 파괴하지 않고 링컨 대통령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줬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남북전쟁 당시 파괴되지 않은 유일한 도시로 19세기 영국풍의 정원도시를 감상할 수 있는 드문 곳이다. 영국인들이 미국땅에 최초로 정착한 버지니아 제임스타운에는 아무런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전시관에 추정도와 민속촌만 존재한다.

1990년 조각가 앨런 르콰이어가 만든 아테나 파르테노스 조각상.

1990년 조각가 앨런 르콰이어가 만든 아테나 파르테노스 조각상.

미국의 도시들은 사회적 배경, 민족, 인종에 따라 주거지가 확연히 나눠져 있다. 이런 요인들이 미국 사회 불안정의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농사를 하다 산업시설이 들어서고 상업이 발전하지만 문화적으로는 척박한 곳이 미국의 도시다.

뉴욕, 시카고 등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면 미국의 도시는 개성이 없다. 시대적 배경, 경제적 여건, 사회적 영향 등으로 도시들도 흥하고 망하기도 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방치된 고스트 타운을 볼 수 있다. 몇몇 도시는 쇠락해 가고 있는 이미지를 개선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기도 한다.

남부 테네시주의 내슈빌은 동부에서 이주해온 백인들이 체로키 원주민을 몰아내고 건설한 곳이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이 곳은 원주민 말살 정책을 주도한 앤드루 잭슨 대통령의 고향이다.

1800년대 초 내슈빌에 마을이 형성되고 1843년 주도가 되면서 주의사당이 그리스 양식으로 건축됐다. 1897년에는 내슈빌에서 열린 테네시주 설립 100주년 기념 세계 박람회를 기념해 가짜 파르테논 신전을 만들어 전시를 하고 '미국 남부의 아테네'라고 불렀다.

내슈빌의 파르테논 신전은 석고, 나무, 벽돌로 만들어진 임시 건축물이었다. 박람회 폐막 후 파르테논 신전을 남기는 것이 결정됐다. 1925년 콘크리트로 개축하고 1931년에는 내장 공사를 완성했다. 1990년에는 이 지역 출신 젊은 조각가 앨런 르콰이어에 의해 아테나 파르테노스 조각상이 만들어졌다.

가짜 파르테논 신전의 정중앙에 위치한 여신상 아테나 파르테노스는 갑옷과 투구를 쓰고 왼손에는 방패를 들고 있다. 오른손에는 작은 니케 조각상이 있다. 높이 13m에 금박이 씌어져 있는 이 조각상은 미국스럽게 허세 가득한 모습이다. 또 가짜 파르테논 신전의 서쪽 홀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 석고상들은 런던 대영 박물관 소장품을 복제해 전시하고 있는데 문외한의 눈에도 조잡해 보였다.

파르테논 신전 1층에는 내슈빌 출신 현대작가들의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들도 사진촬영을 할 수 있는 게 일반적인데 가짜 파르테논 신전 미술 전시관은 무장경비원이 쫓아 다니며 촬영을 못 하게 하고 있었다.

내슈빌은 애팔레치아 산골에서 농사를 하며 향수를 달래던 이민자들의 컨트리 음악을 유행시킨 곳으로 유명한데 내슈빌의 가짜 파르테논 신전은 컨트리 음악의 본고장이라는 이미지와 동떨어진 도시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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