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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그래, 실컷 울어라"

변성수 / 연방, 카운티 교도소 교목
변성수 / 연방, 카운티 교도소 교목 

[LA중앙일보] 발행 2018/06/27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6/26 18:26

언젠가 교도소 독방 수감 생활을 하는 18살 백인 청년과 면담한 적이 있다. 나는 면담실에 들어갈 때 긴급 비상벨이 어디 있는지 슬쩍 확인하는 내 모습을 보며 그 청년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보통 나의 부족함을 먼저 이야기하면 재소자들도 마음을 잘 연다. 그래서 나는 누구이고 몇 살이고 손주가 몇이고, 영어는 썩 잘 하진 못 하지만 오늘 창조주께서 너와 나, 둘만 있게 하신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다고 믿는다며 그 청년에게 네 이야기를 좀 들려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눈과 입가에 미소를 보이면서 그 청년은 지난 밤 어머니가 자기를 용서해 주셨는지 꿈에 어머니를 보았단다. 그래서 엄마라고 부르며 잠이 깼는데 어머니는 없고 베개에서 어머니 냄새를 맡았단다. 그것도 아주 확실한 어머니의 냄새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없이 우는 것이다.

나는 '그래 너는 혼자가 아니다, 실컷 울어라'라고 입을 다문 채 중얼거렸다. 청년은 책상에 두 팔을 올려 놓고 소매로 눈물을 거두고 또 거두었다. 백인의 눈물이나, 황인종의 눈물이나 다르지가 않았다.

청년을 좀 안아 주고 등도 두들겨 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또 그 청년의 어머니에게 아들의 눈물 이야기를 전해 주고 싶지만 그 일도 내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말씀을 나누는 일, 같이 아파해 주는 일 그 이상은 내 몫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그 청년에게 내가 오래도록 교도소 선교를 감당할 수 있도록 잊지말고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눈을 똑바로 뜨면서 "내가 당신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머리를 아래 위로 움직이며 "물론이지(Sure, You Can)" 하였다.

시간이 다 되어 그 청년은 다시 수갑을 차고 자기 독방으로 돌아가고 나는 축 처진 어깨로 세상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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