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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어느 60대의 '인생 반전'

[LA중앙일보] 발행 2018/06/29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6/28 18:57

유튜브에서 노래 한 곡을 들었다. '어느 거리 음악가의 영혼을 씻어주는 노래'라는 제목의 동영상이다. 주인공은 마틴 허켄스. 1953년생 네덜란드 아저씨다. 부르는 노래는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이라는 곡이다. 노래 자체도 실의와 좌절에 빠진 이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지만 주인공의 이력이 더 흥미롭다.

어릴 적 꿈은 오페라 가수.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딛쳐 제빵사가 되었다. 30여년 빵을 굽다가 50대 중반에 실직. 실의에 빠졌지만 취미로 즐기던 노래를 부르며 시름을 달랬다. 그런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막내딸이 '홀랜드 갓 탤런트'라는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에 아버지 이름으로 몰래 출전 신청을 했다. 아버지는 주저했지만 딸의 설득에 결국 도전을 했고 놀랍게도 우승까지 했다. 2010년, 그의 나이 57세 때였다.

이후 전혀 다른 길이 펼쳐졌다. 유튜브에 올려진 그의 노래들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회 수가 1500만이 넘고 900만이 넘고 200만이 넘었다. 공연 요청이 쇄도했다. 네덜란드 뿐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뉴욕 등 해외 공연도 이어졌다.

그의 동영상엔 수천 건의 댓글이 달려 있다. "사기를 당해 큰돈을 잃었습니다. 만 원 이만 원 모으려 고시원에서 바퀴벌레랑 뒹굴며 아등바등했는데, 이 노래 들으며 정말 많이 울었어요. 속이 시원합니다. 다시 시작해야겠지요." "저는 왕따와 학원 폭력에 시달리던 학생이었습니다. 자살을 하려고 학원 옥상에 올라가려는 순간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 전화를 받고 눈물을 참으며 내려왔습니다. 저의 전화벨 소리가 이 노래였거든요."

그도 처음부터 특별한 사람은 아니었다. 여느 사람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았다. 꿈이 있었지만 이루지 못했고,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일했으며, 나이 들어 직장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우연히 기회가 왔고, 뿌리치지 않고 도전했고, 마침내 가수의 꿈을 이루었다. 그리고 빵이 아닌 노래로 다시 세상에 용기와 희망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었다.

자의든 타의든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그들에게도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인생은 지나간다. 이 사람 저 사람, 이 일 저 일 거치며 시간은 흘러간다. 그러면서 인생은 깊어진다. 이 길이 막히면 저 길이 뚫려 있고, 이 문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인생은 흥미진진한 것이다.

벤처 사업가, 부동산 에이전트, 보험 전문인, 여행가이드, 트럭 운전사, 변호사, 목사, 농부, 한의사…. 한 때 함께 일했던 선배, 동료, 후배들이 지금 내미는 명함들이다. 놀랍게도 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 있다. "내가 이 나이에 이런 일을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행복하다. 이전보다 훨씬 더."

물론 처음엔 다들 불안했을 것이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 오는 아쉬움, 미지의 앞날에 대한 두려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초조함. 하지만 그것은 잠시, 이내 새로운 길을 찾았고 100세 시대 또 다른 30년을 위하여 저마다 열심히 그 길을 달려가고 있다.

평생 지기인 친구도 최근 인생 2막의 닻을 올렸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과는 전혀 다른 길이다. 출발에 즈음해 친구가 말했다. "이제부턴 돈이나 지위, 명예보다는 얼마나 세상에 유익을 끼치느냐로 성공의 척도를 삼고 싶다." 이렇게나 멋진 꿈을 꾸는 친구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60세가 다 되어 인생 반전을 일궈낸 허켄스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렇게 써 놓았다. '당신은 늘 꿈꿀 수 있고, 때론 그 꿈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 한 마디가 친구에게, 아니 '인생 2막'새 길을 찾아 나선 모든 이에게 진심어린 축원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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