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시 론] 전쟁의 6월에서 평화의 6월로

파란 많은 한민족에 어느 땐들 평탄한 시기가 있었을까만은 6월은 특별히 고난과 환희가 점철된 달이었다. 뜨거운 6월 한국사의 시발은 며칠 전 세상을 떠난 고 김종필 총리가 깊숙이 관여했던 일로 지금은 70대 후반이 된 당시 대학생들이 서슬 퍼런 박정희 정권의 계엄령 하에서도 굴욕적인 한일 협정체결에 결연하게 맞섰던 1964년 6.3 사태였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인 1926년에 있었던 6.10 만세사건, 1987년 민주화운동의 절정인 6.10 항쟁, 이어서 6.29선언. 그러나 1950년 6월25일, 한국 5천년사에 가장 비극적인 동족상잔이 벌어졌던 이 날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못한다. 이 전쟁에서 남북한과 미군, 중공군을 포함 군 전사자가 97만여 명, 남북한 민간인 사망자 200 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6월에 있었던 다른 두 사건, 6.15 남북공동선언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 공동성명이 없었더라면 우리 민족은 전쟁의 악몽에서 도저히 헤어날 길이 없었을 것이다. 하늘이 도와 전쟁과 갈등의 긴 역사를 접고 화해와 협력의 물꼬를 튼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있었고 올해 들어 4.27 판문점선언에 이어 6.12 북미 공동성명은 마침내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고 말았다.

6.12 북미 공동성명은 구체성이 결여된 맹탕 합의라는 비판이 있다. 미국 내에서는 주로 트럼프 반대론자들이거나 방산업체 로비스트들에 의해서이고 한국에서는 남북화해가 깨어지기를 바라는 소수의 극우 반공 보수층이 그런 미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 같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하루 속히 가시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펼쳐 보여야 하고 미국은 정파적이고 자국 이익만이 아닌 동북아 평화를 위한 거시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



물론 한미 연합훈련 유예나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등 6.12 이후에 벌어지는 북미간의 여러 가지 화해 분위기를 과소평가하지는 않는다. 남북관계는 더욱 그렇다. 직통 통신선 복구 등 군사적 협력과 이산 가족상봉 행사에 이어 남북 연락사무소 준비와 북한 내 철도, 도로의 현대화를 위한 공동연구 착수 등 연이은 남북대화는 전쟁 위기설이 팽배했던 지난해 연말까지를 돌아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그러나 이런 지엽적인 교류 협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3자든 4자든 간에 종전선언이 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평화협정에 앞서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종전선언이 꼭 있어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지만 한반도 평화협정은 어차피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폐기됐을 때 채택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고 비핵화 과정 중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책으로는 북미 수교와 함께 종전선언이 가장 유효하기 때문이다.

70년간 지속된 북미 간 적대관계가 청산되고 동북아 냉전구조가 해체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 간에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 북방정책을 추진하며 한러 정상회담을 가졌던 것은 매우 시의 적절했다. 주변 4대국 가운데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는 이해관계의 공유성과 남북 두 나라와 균형성을 갖고 있어 철도, 에너지, 전력의 협력 외에도 많은 경제, 안보 협력에서 잠재력이 기대된다.

앞으로도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것은 한국 외교의 1순위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한미동맹이 일방의 가치만을 정당화하는 맹방 시대였다면 이제부터는 자주와 호혜의 우방시대로 전환되어야 한다. 나아가 한미동맹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대륙세력과 해양세력간의 균형외교, 다자간 외교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통일한국을 지향하는 한민족 평화시대를 열어가자면 둘보다는 셋, 셋보다는 넷과의 협력관계를 창조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6월이 가고 있다. 전쟁의 6월에서 이제는 평화의 6월로 안착시켜야 한다.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시대를 열어가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국내외 모든 한민족 구성원의 벅찬 사명이기도 하다.


김용현 / 언론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