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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광장] 한인들이 외면한 쓸쓸한 추모제

지난 4월 마지막 토요일 LA 근교에서 두 가지 한인 행사가 있었다. 아침에는 글렌데일 시립 도서관 뜰에서 위안부 할머니의 추모제가 행해졌고, 오후에는 할리우드 보울을 꽉 메운 K팝 음악제가 있었다. 추모제에 다녀온 후 온종일 쓸쓸해지는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남가주 한인 수는 33만 명을 웃돈다고 한다. 2만여 청중이 운집하였다는 할리우드 보울 기사를 읽고, 20명도 모이지 않았던 위안부 할머니의 추모제를 생각한다. 명문대 입학 세미나가 있을 땐 2000여 명이 쉽게 모인다. 에세이 성적과 G20 지표는 현격히 올라가겠지만 민족의식, 역사의식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알고 싶다.

그 행사에 참석했던 분은 스님, 목사님, 신부님, 한미포럼 관계자, 글렌데일 시의원인 듯한 외국인, 일반인 네댓 명이었다. 대한민국의 아들딸은 다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추모제의 뜻도 모르고 끝까지 참석했던 한 외국인은 애완견 두 마리를 데리고 아침 산책을 하다가 소녀상 어깨에 있는 작은 청동 새를 보고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하여 발길을 멈췄다고 했다.

두 주먹을 움켜쥐고 있는 소녀의 모습에서 지금도 그때 일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듯 다부진 결의가 엿보인다. 동상 하단에 맨발의 발꿈치가 들려있는 것은 고향에 돌아와도 발 디딜 곳이 없었던 그분들의 처지를 상징했다고 한다.

미국 여러 지역에서 소녀상이 건립되고 있다. 그때마다 일본 정부와 일본 시민 단체의 거센 반발이 심하다. 이곳에서 자라는 일본인 후세들에게 부끄러운 과거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들의 파렴치한 양심에서 나오는 일이다. 언젠가 TV 뉴스에서 본 화면에는 자비로 워싱턴 DC까지 와서 소녀상 기림비 반대 피켓을 들고 외치는 일본 여성들. 바로 그 뒷길에서는 벚꽃 관광에 바쁜 한인들의 모습, 대조되는 장면이었다.



2015년 12월 한일 정부 간의 협약 합의문으로 일 인당 2900만 원의 보상금이 책정되었다고 한다. 70여 년 동안의 세월을 생각하면 지극히 미미한 보상이다. 인생의 새싹을 앗아간 삶을 어느 수학자나 경제학자가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는가? 그중에는 보상금을 거부한 분들도 있다. 등록된 생존자가 이제 28명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는 성의껏 보상했다고 하지만 어불성설이다.

할머니들의 마지막 소원은 일본 정부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는 것이다. 절대로 돈으로 보상될 수 없는 일. 과거를 과거로 끝내려면 그에 합당한 마지막 절차가 있어야 한다. 그분들의 존엄성을 세워드리고 역사를 잊지 않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자기 국민의 한이 맺힌 과거를 묻어버리는 건 선진 국민의 자세가 아닌 것 같다.


독고 윤옥 / 수필가·코윈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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