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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오 기자의[모던 클래식 읽기]

아틀라스(Atlas Shrugged)

미국인 삶에 영향 준 ‘합리적 개인주의’전범
가상의 ‘민중 국가’ 미국 배경 자본주의 정신 고취해

많은 미국인들은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준 책으로 성서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기독교는 서양 문명의 근간이며 미국 사회도 기독교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두말할 것도 없이 성서는 그렇다 치고, 불후의 명작 가운데 성서 다음으로 미국인들에게 영향을 준 책은 무엇일까?

지난 1991년 미국의회 도서관이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들은 1957년에 발간된 에인 랜드(Ayn Rand)의 ‘아틀라스(Atlas Shrugged)’라고 답했다.


지난 1910년대부터 미국인의 독서를 안내하고 있는‘모던 라이브러리(Modern Library)'가 발표한 독자들이 뽑은 ‘1백대 소설리스트’에도 이 작품이 당당히 1위로 올라 있다.
미국 독자들은 성서 다음으로 이 책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모던 라이브러리’이사회가 뽑은 1백대 소설 리스트에도 들어가 있지 못하고, 타임지가 선정한 1백대 현대 소설 리스트에도 포함되지 않았고 심지어는 영문학 전공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 소설이 일반 미국인독자들에게 다가간 이유는 무엇인가?

청교도주의와 더불어 미국인들이 의지하고 있는 커다란 정신적 버팀목은 바로 개인주의이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들이 모여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아틀라스’는 바로 미국 정신의 기둥인 합리적인 개인주의를 설파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민중의 국가(People’ State)’라는 가상의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누가 존 골트인가?(Who is John Galt?)’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추리 기법을 이용해 독자들을 존 골트를 찾는 길로 이끌어 가고 있다.


무능한 정치인, 관료, 기업인, 민중들이 지배하는 ‘민중의 국가’에서 사회의 동력(Motor)들인 창조적인 기업가.

예술가, 발명가들이 하나하나씩 사라진다.
사회를 이끌어는 세력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도덕이 지배적인 민중의 국가에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애써 일군 기업, 발명품들 사회에 빼앗기자 기업을 버리고, 자기 예술을 버리고 ‘파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들이 ‘파업’에 들어가자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되고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지구를 떠받는 신인 ‘아틀라스’가 움찔거린 것이다.
사회의 동력들을 파업으로 유도한 인물이 바로 ‘존 골트’인 것이다.


대륙횡단 철도회사인 ‘태거트 트랜스컨티넨털 레일웨이’의 임원인 대그니 태거트는 집단주의와 이타주의라는 미명하에 무능한 경쟁회사에게 철도선의 일부를 빼앗긴다.
또 남은 철도선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나 이 마저 여의치 않게 된다.


사회는 대그니에게 요구하기만 하며 철도선을 살리는 데 필요한 금속 기업인 행크 리어든은 어느 날 사라지고 만다.


한편 대그니의 어린 시절 친구로 구리광산 소유주인 프랜시스코 다나코니아는 자신의 사업을 일부러 파괴시켜 대그니에게 또 다른 혼란을 주게 된다.
철도를 회생시키려는 대그니의 노력은 점점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이 작품이 자본주의를 옹호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쓰여진 것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랜드가 강조하는 것은 인간이 갖고 있는 ‘정신’의 역할과 합리적 개인주의의 도덕성이다.


작품에서 “존 골트가 말합니다.
(This is John Galt speaking.)”장은 랜드의 철학이 극명하게 요약돼 있다.


랜드는 인류사에서 도덕이 사람들에게 자기 이익과 정신을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파멸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기 이익 추구와 정신이 인간 생존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몸은 주어진 것이지만 저절로 생존할 수는 없는 것이며 이성을 가진 정신을 이용해 생존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랜드는 주장하고 있다.
랜드는 스스로 노력해서 벌어들이지 않는 사람이 타인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과거의 도덕은 파멸의 도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랜드가 정의하는 행복과 희생은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랜드는 “행복이란 감정의 변덕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비이성적인 희망이 달성되는 것에 만족하는 상태도 아니다”며 “모순된 상태가 없어야 행복이 이뤄지는 것이며 행복은 합리적인 행동에 의해 합리적인 목표를 얻는 순간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랜드는 “희생이란 개인이 갖고 있는 모든 가치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라며 “도덕에서 요구하는 희생이란 비도덕적인 것”이라고 강조한다.


개인의 이익을 중요시 여기는 미국사회에서 부자들은 여전히 많은 기부를 하며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랜드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자들과 국민들은 랜드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자선 행위는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재산을 희생하는 것은 아니다.
남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치를 자선행위를 통해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랜드는 수십여 페이지에 이르는 존 골트의 연설을 통해 도덕성, 합리성, 독립성, 정직, 희생 등을 정의하고 있다.


노력해서 벌지 않은 사람이 번 사람에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비도덕적이라는 랜드의 철학이 일견 타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벌 수 없는 사람을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노력해서 번 사람(the earned)과 벌지 않은 사람(the unearned)으로만 양분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에인 랜드는 공산주의 소련을 탈출해 미국에 정착한 인물이다.
작품이 경제적. 정치적인 함의를 띠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미국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이념적 문제가 개입된 것은 문학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심지어 이 작품에서 선전. 선동적인 냄새도 지울 수 없다.
마르크스가 다시 태어나 이 작품을 읽는다면?

이 작품은 무려 1천 페이지가 넘는 대작으로 쓰여진 단어만 65만개에 달하고 있다.
시그넷 출판사에서 나온 페이버 백 에디션은 촘촘한 활자로 가득 차 있다.


영어를 한글로 번역하면 보통 두 배의 분량으로 늘어난다.
지난 2003년 번역된 한글판(민음사)은 4백여 페이지가 넘는 5권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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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 랜드(Ayn Rand)

소설가이자 철학자이다.
1905년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페트로그라드 대학에서 철학과 역사학을 공부하고 1924년 대학을 졸업했다.


1936년에 첫 번째 소설 ‘우리, 살아 있는 것들(We The Living)을, 1938년에 ‘축가(Anthem)’, 1943년에 ‘수원(Fountainhead)’ 1957년에 마지막 소설 ‘아틀라스’를 출간했다.
이후 소살 쓰기를 중단하고 자신의 독특한 철학인 객관주의에 전념한다.


주요 철학 저서로 ‘객관주의자적 인식 소개’, ‘개인주의의 덕’, ‘자본주의;알려지지 않은 이상’ 등을 냈다.
1982년 뉴욕에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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