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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해부:LA한인회] "정치 단체로 환골탈태…한인사회 권익 챙겨라"

[LA중앙일보] 발행 2018/07/02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18/07/01 15:13

정치단체로 거듭나 한인사회 '파수꾼'
'미우나 고우나' 대표 단체·단일 창구
어렵고 힘든 한인들에게 '종착역' 역할

한인타운 내 노숙자 셸터 저지 시민집회에 참가한 한인들이 공청회 개최 등을 요구하는 대대적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는 지난달 30일까지 7차 대회로 이어졌다. LA한인회는 이러한 정치적 시민운동을 앞에서 이끌고, 협상 또는 투쟁하는 정치 단체로 변모해야 한다. [김상진 기자]

한인타운 내 노숙자 셸터 저지 시민집회에 참가한 한인들이 공청회 개최 등을 요구하는 대대적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는 지난달 30일까지 7차 대회로 이어졌다. LA한인회는 이러한 정치적 시민운동을 앞에서 이끌고, 협상 또는 투쟁하는 정치 단체로 변모해야 한다. [김상진 기자]

올림픽과 웨스턴에 있는 한인회관 건물(981 S. Western Ave.) 회관 건물은 한인회 소유가 아니라 '옥상옥'격인 동포재단이 소유하고 있어 각종 내부 분란을 일으켜 왔다. 이제는 한인회관이라는 이름에 맞게 소유권을 한인회에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림픽과 웨스턴에 있는 한인회관 건물(981 S. Western Ave.) 회관 건물은 한인회 소유가 아니라 '옥상옥'격인 동포재단이 소유하고 있어 각종 내부 분란을 일으켜 왔다. 이제는 한인회관이라는 이름에 맞게 소유권을 한인회에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LA한인타운을 쪼개 방글라데시 구획을 만들자는 주민투표안이 19일 표결에서 98.5% 대 1.5%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됐다. LA한인회는 한인들을 유권자로 등록시키는데 적극 지원했다. 투표장 앞에서 등록하고 있는 한인들.

LA한인타운을 쪼개 방글라데시 구획을 만들자는 주민투표안이 19일 표결에서 98.5% 대 1.5%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됐다. LA한인회는 한인들을 유권자로 등록시키는데 적극 지원했다. 투표장 앞에서 등록하고 있는 한인들.

회관건물 '주체' 정리 내부 분란 끝내야
'거액 내고 당선' 기존 선거제도 바꿔야
무투표 당선·패거리 조직 오명 안 써야


최근 LA한인사회가 한인타운 내 ‘노숙자 셸터 설치’와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구역 획정안’ 투표 등으로 흔들대고 시끄러웠다. 방글라데시 문제는 압도적인 투표로 부결되긴 했지만, 노숙자 셸터 설치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인들이 최근처럼 똘똘 뭉쳐 본 일은 거의 없었다. 두 사안은 한인 커뮤니티 전체의 문제로, 매우 정치적 사안이다. 수많은 한인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여러 단체가 나서고 있지만, 두 사안에 LA한인회가 빠지는 일은 없었다. 동의하든 안 하든 ‘LA한인회’라는 이름에는 LA한인사회의 대표적 단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인회는 56년이라는 시간적 정통성과 한인 단체 중 유일하게 일반 한인이 투표로 회장을 뽑는 선거 제도도 있다. 오늘(2일)부터 34기 임기를 시작하는 LA한인회의 전반을 알아봤다.

◆한인회 연혁

1962년 132명의 발기인이 '친목도모와 정보교환'을 목적으로 '가주한인센터'를 결성했다. 한인 이민자들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1965년 명칭을 '재미한인 거류민회'로 개명했고, 다시 1972년 '남가주 한인회'로 바꿨다. 1984년 이후부터 현재의 '로스앤젤레스 한인회'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했다. 1996년에는 미국사회와 문화에 동화, 안착하여 살고 있는 대다수의 한인들이 자신들을 한국인(Korean)이라기 보다는 한국계 미국인(Korean-American)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한인회의 영문 명칭을 현재의 'Korean American Federation of Los Angeles'로 사용하고 있다.



◆한인회관 건물

현 한인회관 건물(981 S. Western Ave. Los Angeles, CA 90006)은 지난 1975년 매입해 1976년부터 입주해 오고 있다. 매입 자금은 당시 한인회 비축금 15만 달러와 한국 정부 지원금 15만 달러 등 30여 만 달러였다. 2006~2007년 대대적 리모델링(72만 달러)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1974년 11월 몇몇 재미실업인들은 모국초청으로 한국에 나갔다가 청와대의 호출을 받았다. 당시 청와대 모임에 참석했던 고 최희만씨는 "그날 나와 이민휘 당시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장, 소니아 석 전 한인회장, 이학조 상공회의소 회장, 배기상씨 등 5명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15분간 면담을 했다"며 "이 자리에서 LA에 동포가 10만 명이 있는데 '한인회관'이 없어 셋방살이하고 있다. 각하가 돈을 보태주시면 회관을 살 수 있다"고 간청했다. 15만 달러 정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박 전 대통령은 "박충언 무역협회장이 10만 달러, 내가 5만 달러를 내겠다"며 그 자리에서 지원금을 약속했다.

최씨는 "75년 건물매입 당시 LA에는 반(독재)정부 친북세력이 많았고 혹시 그들이 한인회장에 당선돼 회관을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갈까 우려해 건립관리위원회(현 동포재단 전신)를 뒀다"고 증언했다.

결국 이로 인해 한인회관의 건물주 역할은 동포재단이 맡게 되고, 정작 한인회는 렌트비를 내는 세입자로 전락하게 됐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규정은 바뀌지 않아, 현재까지 한인회와 동포재단은 각종 충돌과 분란을 이어 오고 있다. 청와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내는데 일조한 최씨는 2007년 한인회관 기자회견에서 '한인회관의 주체는 한인회'라고 못박으며 한인회관 소유주를 한인회라고 했다. 그러나 75년 당시 만든 법규를 개정하는 데 기득권을 쥐고 있는 동포재단이 찬성하지 않고 있다. 대신 동포재단 이사회에 당연직 이사로 한국 정부를 대표해 LA총영사, 한인사회를 대표해 한인회장을 두고 있다. 결국 한인회 내부 분란은 내부자인 한인회, 동포재단, LA총영사관이 얽히고설키면서 각종 파문을 낳아 왔다.



◆한인회 '존재의 이유'

한인회는 미우나 고우나 힘을 밀어줘야 한다는 것이 한인회 지지자들의 생각이다. "한인회 관계자는 잘못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한인회는 특수성이 있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은 한인회를 찾을 일이 별로 없지만 힘들고, 지식이 부족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별의별 일로 한인회를 찾는다. 꼭 있어야 하는 단체"라는 것이다.

공문이 왔는데 해석을 해달라, 차비가 없으니 돈을 빌려달라, 하룻밤 재워달라, 집 나간 아내를 찾아달라, 쌀이 떨어졌는데 어떻게 안 되겠냐, 사기꾼이 있는데 잡아달라, 20년 전 헤어진 친구를 찾아달라, 물건을 잘못 샀는데 바꿔달라 등 수많은 '이상한' 요구들이 지금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한인회는 여기저기 들렀다 문전박대(?)를 당한 한인들이 마지막에 찾아오는 '종착역'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젊고 유능한 단체입장에서 본다면 한심한 일이겠지만, 잘 사는 둘째 셋째 아들이, 까다로운 부모님을 힘들게 모시는 장남이 일 좀 못한다고 무작정 욕만 하는 것도 옳지 않다. 막상 어려운 일이 닥치면 많은 한인들이 한인회의 문을 노크한다는 것이 한인회에 몸담았던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한인회는 한인사회 창구 역할을 담당하는 데서 없어서는 안 될 단체다. 외부사회(주류·한국)에서 볼 때 한인회는 한인사회 대표단체이고 창구라고 여긴다. 그들이 한인사회를 방문하면 처음으로 찾는 곳은 한인회다. 잘하나 못하나 그것을 부인할 순 없다.

90년대 말 들어 한인 커뮤니티가 급성장하면서 수많은 단체가 생겨났다. 이 와중에 몇몇 단체들은 '젊은 생각과 추진력'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이러한 단체 관계자들은 과거 올드타이머 모임인 한인회의 아킬레스 건인 '언어와 시스템 적응' 문제를 손쉽게 극복하며, 거액의 정부 지원금까지 타내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 같은 단체들의 성장은 반대로 한인회의 위치를 추락시켰다.



◆'비판의 대상' 한인회

한인회는 그동안 숱하게 욕을 먹는 비판의 대상이었다. 한인회장 자리를 놓고 후보끼리 싸우고 법정소송으로까지 치달으며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 내부 인사들끼리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한인회'하면 콧방귀를 뀌는 한인들이 대다수였다. 적나라하게 말하면 '하는 일도 없는 단체가 서로 싸우기나 하고'고 정확한 표현이었다.

도대체 한인회는 왜 욕을 먹는 단체가 됐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시대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당초 한인회는 '사랑방'이었다. 60·70년대 한인들의 숫자가 적을 때 태동한 한인회는 친목모임이었다. 몇 명 안 되는 한인들(유학생)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미국생활 정보를 입에서 입을 통해 듣는 수준이었다. 당연히 조직이 필요하지 않았고, 재정은 그저 모인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갹출한 돈이 전부였다.

특별히 한인사회라는 것도 없었고 굳이 한인들을 위해 봉사할 만한 것도 없었다. 따라서 서로 마음에 맞으면 친하게 지내고, 틀어지면 싸우는 일이 흠이 될 리 없었다.

하지만 80·90년대 이민 수가 급증하면서 한인 커뮤니티가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그 사회를 한데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했다. 그러나 대안이 없었다. 별다른 단체가 없었던 시절, 한인회가 그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여 년간 '사랑방' 역할만을 했던 한인회는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었다. 몸집은 커졌는데 옷은 옛날 그 옷이었던 것이다. 다양한 계층의 한인들이 갈급하는 요구를 들어줄 능력이 없었다. 게다가 그것을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러한 모습이 쌓이고 쌓이자 결국 일반 한인들로서는 '한인회가 대표단체인 양 목에 힘을 주지만 피부에 와닿는 봉사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유명무실한 단체'라는 비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한인회 무용론'까지 제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인회 과제

한인회는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 그랜트를 받아야 한다. 사실 한인회는 정부 그랜트를 받기에 가장 좋은 자격을 갖추고 있다. 3P(Paper,Politic, Patient) 즉 각종 대외활동 기록, 커뮤니티 창구라는 정치적 입장, 연속성 등이다. 재정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이는 또 다른 활동 기록으로 남아 정부 그랜트 액수를 더 늘릴 수 있는 선순환을 가져 올 수 있다.

또 '사람 중심'에서 '일 중심'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인맥으로 이어진 사람 중심 단체는 '패거리 조직'에 불과하다. 좋을 때는 내부 사람들만 좋을 뿐이고, 싸울 땐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이젠 싸워도 아젠다를 놓고 싸워야 한다. 따져묻고 성실히 대답하는 싸움(논쟁)은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외부 비판에 대서도 신경질적 반응보다는 대화로 설득하고 조언을 구하는 '큰 형' 단체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선거 제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경선시 회장 후보 등록에 10만 달러라는 거액을 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개인에게도 부담이지만, 당선되면 자기 마음대로 한인회를 휘두를 개연성이 높다. 이 문제도 향후 정부 그랜트를 많이 끌어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원칙적으로 이야기하면 한인회장도 일정한 월급을 받는 게 이상적이다.

◆한인회 나갈 방향

노숙자 셸터, 방글라데시 구획안 등을 통해 현재 한인회는 정체성의 전환기에 서 있다. 이제부터는 한인회의 성격을 달리해야 할 시점이 됐다.

사랑방으로 출발한 한인회는 30년 가까이 주임무가 대민봉사였다. 하지만 10년전부터 이민법과 사회복지법이 급격하게 바뀌고,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한인들의 요구도 다양해 졌다. 이런 상황에서 1.5세들을 주축으로 한 새로운 단체들이 각 분야별로 뿌리를 내렸고, '미국을 아는' 그들은 한인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단체의 특화된 봉사로 인해 한인회의 존재감은 미약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인사회의 대표 단체로서 한인회의 존재는 특히 정치 분야에서 필요하다. 한인회는 정치 단체로 탈바꿈해야 한다. 한인사회가 주류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한인사회의 권익을 챙기는 데 앞장서야 한다. 때로는 협상으로, 때로는 강경 투쟁으로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야 한다. 이슈를 제기해야 하고 잘못된 법이나 관행이 있으면 따져 물어야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기성 정치인과 떠오르는 신예 정치인과의 정기적 교류에 각별히 공을 들여야 한다.

한인회는 정치인들이 볼 때 '표밭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한인들의 재력과 정치력이 확장된 이 시점에 한인회가 중요한 이유다. 유권자 등록, 한인 정치인 후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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