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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낯선 난민도 우리 이웃이다

한국 사회가 별안간 낯선 사람들의 문제로 떠들썩하다. 최근 제주에 예멘 난민의 집단 유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5000만 인구가 사는 나라에 불과 560여명의 예멘인이 들이닥친 일인데 한국은 마치 불난 집 같다. 순식간에 '예멘 난민 수용 반대'라는 청와대 청원자가 60만 명이 넘었고 이들에 대한 혐오적 발언은 심각한 지경에 이른다. 난민 수용 여부를 둘러싼 사회 갈등이 정치적·이념적 차원으로 번져나갈 우려가 높다.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족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많은 문제와 갈등을 지니고 있다. 이 와중에 유입된 예멘 난민들은 관광객 연 1500만 명이 오가는 제주에서 곳간을 축내고 치안을 불안하게 하는 집단으로 여겨졌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수용 반대 운동까지 번지고 있다.

난민이라는 세계적 현상은 동질적인 민족 혹은 다문화 가족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이질적 집단과의 사회 통합이라는 난해한 과제를 제기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 파이를 나누는 양보와 관용의 성숙성을 요구한다.

예멘 난민 문제는 두 가지 관점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는 1993년 유엔 난민 협약국으로 비준은 했어도 강 건너 불 보듯 하던 난민 문제에 대해 이제 대한민국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내적으로 우리의 정서·문화 그리고 낯선 자에 대한 관용과 이해와 관련된 것이다. 그래서 여느 문제보다 정부와 국민이 함께 고민하고 풀어 나아가야 한다. 시민사회와 종교계 그리고 연예인 등 사회 명망가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1990년대 이래 현재까지 난민의 이름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4만 명이 넘으나 갑자기 범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이유는 한 번에 단일 집단이 대량으로 들어옴에 따른 충격에 더해 특정 종교에 대한 거부 반응 때문이다. 정부는 즉각 말레이시아와 제주 간 직항 노선을 폐쇄하고 예멘을 무비자국에서 제외하는 강경책으로 대응했다.

법무부는 향후 난민 신청자가 꾸준히 늘어 2021년까지 12만 명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정부는 2013년 아시아에서는 드물게 난민법을 제정하여 나름대로 준비를 해오고 있는 듯하였으나 지금까지 난민으로 인정한 수는 신청자의 약 4%(839명)로 세계 평균(38%)에 비해 부끄러운 수치이다.

싫건 좋건 난민 현상은 세계적 추세이며 한국도 여기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형편에 맞는 일정 수준의 난민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경제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고 인권 국가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다. 난민 수용 문제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남북한 평화체제 분위기를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는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긴 안목에서 사회적 대응과 정책적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먼저 난민을 한 곳에 길게 방치하는 일은 재고해야 한다.

문제는 한국의 정서법이다. 한국 사회는 민족주의적 정서가 매우 강하며 오랫동안 단일민족 담론에 길들어 있다. 이웃에게는 마냥 친절한 것 같으면서도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폐쇄적이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면 더욱 그렇다. 언젠가 '친절'에 관해 대국민 여론조사가 있었는데 그 결과는 우리 국민의 솔직한 내심을 보여준다. '나는 친절한가'에 다수가 '그렇다'라고 답했지만 '한국 사람은 친절한가'에는 '그렇지 않다'가 다수였다. 결론은, 아는 사람에게는 친절하나 모르는 사람에게는 패쇄적이라는 것이었다.

난민 문제는 한국 사회의 기본 가치에 관한 문제로서 낯선 자에 대한 관용·이해·수용의 문제로, 인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시험대이다. 학계·시민사회·종교계 등에서 활발한 연구와 토론으로 이번에 낯선 자와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세계 흐름 속에서 우리의 좌표를 슬기롭게 설정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난민 문제는 한편으론 위기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한국 사회의 성숙과 도약을 위한 기회이다.


신필균 /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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