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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그레이 칼럼] 2박3일 버스여행기

영그레이

워싱턴DC 중심가는 관광객들로 만원이다. 주중에는 좀 한산하던 박물관과 미술관만 아니라 거리마다 사람들로 붐빈다. 여름성수기다.아장아장 걷는 손자와 일주일 함께 놀다가 우리는 도시 탈출을 원했다.

장거리 운전을 기피하는 남편 덕분에 인터넷으로 관광사를 찾았다. 우선 관광버스의 픽업 장소가 딸네에서 가까워서 좋았다. 조용한 아침의 여유를 즐기며 커피숍에 들렀다가 버스를 탔다. 여태껏 미국에서는 독립적으로 자유로운 여행을 하다가 처음으로 단체관광에 나서는 기분은 흥미 반 호기심 반이었다. 드디어 2박3일의 편리한 여행을 시작했다. 중국인 여행 가이드는 영어와 중국어로 일정을 소개한 후 메릴랜드주 록빌에서 마지막 손님을 실었다. 총 28명 다민족 낯선 관광객들은 조용한 분위기를 지켰다.

버스는 펜실베이니아주를 지나 뉴욕주의 왓킨스 글렌 주립공원에 멈췄다. 공원의 윗쪽 입구에서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 본 협곡에서 나는 마법에 걸렸다. 오묘한 층층의 암석과 여러 폭포의 물줄기를 즐기며 고불고불한 트레일을 천천히 걸었다. 암석 사이로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당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협곡의 절경은 웅장한 그랜드 캐년과 달리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 트레일에서 걸음을 멈추게 했던 흥분이 공원을 나서서 가까이에 있는 세네카호수를 보니 가라앉았다.

다음날 아침 버스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주립공원에 우리를 데려갔다. 관광객들로 붐비기 전에 ‘바람의 동굴’을 찾자는 가이드의 배려였다. 입구에서 비옷과 샌들을 받아 신발을 샌들로 갈아 신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 비옷을 입었다. 소란스런 갈매기떼를 지나 목조 다리를 따라 폭포 가까이로 다가갔다. 엄청난 위력으로 쏟아져 바위에 부딪히며 튄 물바람에 비옷은 나비의 날개처럼 퍼덕거렸다. 그러나 남편과 나는 물벼락을 맞으며 아이처럼 신이 났었다. 폭포 아래에 선명한 무지개가 환하게 웃어서 두려움보다 시원했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서 가까이 있는 말발굽 모양의 폭포로 갔다. 푸른 하늘아래 거리낌없이 위용을 발휘하는 폭포로 생긴 쌍무지개가 뜨거운 태양열을 받아 화끈거렸다. 한참을 어슬렁거리며 하늘과 물을 본 후에 나이아가라 강물이 온타리오 호수로 합류하는 지역에 있는 ‘올드 포트 나이아가라’로 갔다. 그곳은 프랑스와 영국의 지배하에 있다가 미국의 관리로 넘겨져 보전된 300년이 넘은 유적지다. 특히 온타리오 호수를 배경으로 1726년에 건축된 견고한 프렌치 성은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신대륙 미국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성 안을 돌면서 바다같이 넓은 호수에 뜬 조각배처럼 나도 한가했다.

푸른 나이아가라 강물이 소용돌이 치는 것을 본 후에 나이아가라 폭포의 환경과 배경을 아이맥스 영화로 보고 ‘메이드 오브 미스트’ 유람선을 탔다. 이번에도 입구에서 받은 비옷을 입었다. 배가 폭포 가까이로 접근하자 가슴이 물보라처럼 크게 뛰었다. 유람선은 불과15분 짧은 여정이었지만 가까이서 맛본 폭포의 막강한 파워는 두려움을 줬다.

호텔에 체크인한 후에 남편과 폭포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미국과 맞은편 캐나다에는 고층건물들과 카지노 등 휴양지로 번쩍였지만 미국측은 수수했다. 관광지 특유의 분위기로 부산스런 시가지를 기웃거리고 재미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폭포로 갔다. 정확히 밤10시에 캐나다에서 불꽃을 쏘아 올렸다. 하늘의 꽃이 떨어지자 이번에는 색깔이 다른 불빛을 아메리칸 폭포에 비추어서 폭포가 어둠속에서 신비롭게 옷을 갈아입었다. 멋과 파워를 섞은 폭포의 요란한 굉음이 연주하는 교향악을 하늘에서 둥근 보름달이 조용하게 내려봤다.

다음 날은 비가 내렸다. 버스에서 자다 깨며 창밖을 보다가 펜실베이니아주 허쉬에 도착하니 그곳은 완전 초콜릿 세상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향기로운 도시다. 1883년 밀톤 허쉬가 캐러멜 공장을 시작으로 훗날 초콜릿회사를 창업해 이룬 성공이 ‘허쉬 초콜릿 월드’를 세웠다. 오감을 유혹한 곳에서 카카오빈 모양의 궤도차를 타고 다니며 초콜릿에 들어가는 엄선된 재료가 섞여서 달콤한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을 봤다. 온갖 허쉬 제품이 산처럼 쌓여있는 가게에서 커피를 마신 후 직접 내가 선택한 재료로 초콜릿 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포장된 상품을 들고 나서니 내 속의 아이가 행복했다.

3일동안 9개국 출신 관광객들과 알찬 일정을 마치고 다시 워싱턴DC 다운타운에 돌아와 버스에서 내렸다. 피곤했지만 편안하게 구경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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