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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아름다운 식당 '요산재'

김수영 / 수필가
김수영 / 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18/07/11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7/10 19:45

'요산재'가 무슨 뜻일까 의아해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몇 년 만에 조국에 와서 처음 가 본, 마음이 아름답고 솜씨가 아름답고 분위기가 아름다운 곳이었다. 서울엔 요산재 같은 식당이 없었다. 전에는 오빠네 집에 체류하면서 먹는 것 자는 것 모든 것이 해결되었는데 이번은 민박집이라 먹거리가 걱정되던 차 요산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식당이었다.

손녀가 지난 해에 친구와 서울을 다녀왔는데 민박을 해서 돈을 절약했다며 민박집을 권유하면서 예약을 미리 해 놓았다. 생전 처음 겪는 민박집이라 삼시세끼 요리를 해서 식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조미료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요리한다는 것은 큰 고민거리였다. 결국 음식을 사 먹기로 했다.

손녀가 인터넷을 뒤져 맛집이란 맛집은 다 찾아 주었지만 막상 가 보면 광고와는 달리 별로 맛이 없었다. 서울 오장동에 있는 함흥 회냉면 집은 맛이 좋기로 소문난 식당이다. 냉면이 먹고 싶어 올케 언니와 함께 갔다. 옛날에 먹던 맛이 아니었다.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매일 먹거리를 찾아 헤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손녀에게 말은 못 하고 민박집을 선택한 것을 후회했다.

언니가 포항에 살고 있어 KTX를 타고 포항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유명한 채식자를 위한 뷔페 식당에 언니가 초대를 해서 갔다. 환경도 깨끗하고 분위기도 참 좋았다. 참 음식이 정갈하고 맛깔스럽게 진열해 놓아 먹음직스러워 군침이 돌았다. 주인은 뒷좌석에 앉아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주인에게 다가가 음식에 관해 물어보았다. 모든 음식은 유기농으로 하고 화학조미료는 쓰지 않고 음식 하나하나 온 마음을 다해 요리한다고 했다. 돈을 벌겠다는 욕심보다 마음을 비우고 손님의 건강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나름대로의 경영철학도 설명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옛날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났다. 요즈음 세상에 보기 드문 식당 주인을 만나서 여간 기쁘지가 않았다. 백김치가 하도 맛 있어 먹다 남은 것을 싸 간다고 했더니 썰지 않은 포기 백김치를 따로 비닐봉지에 넣어 주었다. 뷔페식당은 절대로 집으로 남은 음식을 가져갈 수 없는 곳인데 특별한 배려로 백김치를 싸 주는 주인 마나님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하였다.

무늬가 있는 연갈색 깔개 위에 수저가 나란히 놓여 있는데 글씨가 빼곡히 적혀있었다. 눈길 닿는대로 읽어 내려갔다. "요산재는, 작지만 소중하게 생태적 식생활 문화 확산을 위해 아름다운 실천을 해 나갈 것입니다. 모두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야기할 때, 요산재는 우리 농산물, 우리식 채식, 채식의 토착화를 만들어 갑니다. 먹는 것은 즐거워야 합니다. 축복이고 생명의 친교이죠. 그 점에서 한 번쯤 우리의 식생활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인의 마음을 읽으면서 기분 좋게 식사하고 이 식당의 무한한 축복과 발전을 빌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한국에 온 보람을 흐뭇하게 느끼게 한 참 아름다운 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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