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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길냥이' 포레스트의 앞발

이재경 / 방송인
이재경 / 방송인 

[LA중앙일보] 발행 2018/07/12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7/11 18:57

나는 유튜브에서 고양이 동영상을 자주 본다. 나의 힐링이라고 생각하며. 일하다가, 공부하다가, 심심할 때도, 밥 먹을 때도 고양이 동영상이다. 가슴 아픈 동영상을 볼 때는 울기까지 한다. 그리고 귀여운 고양이 동영상을 볼 때는 혼자서 웃기도 하고, 흐뭇해 하기도 하고. 나의 '냥이' 토마스는 왜 저렇게 안하나, 비교까지 한다.

유튜브에서 본 고양이들은 인절미 같은 앞발로 놀기도 하고, 동료 고양이와 또는 다른 동물과 싸우기도 한다. 싸우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저 인절미 앞발이 아프면 얼마나 아프다고 악어가 뒷걸음질치고, 개가 깨갱하고 뒤로 물러날까? 겨우 톡톡, 살짝, 건드린 것 뿐일텐데. 나는 고양이의 펀치를 받고 뒤로 물러나는 동물들을 비웃었다. 그런데 며칠 전 나는 그것이 나름 위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경험을 했다.

내가 입주하고 있는 올시즌 RV파크에 길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집사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는 이 '길냥이'가 우리 집 토마스보다 더 친근하게 나를 따른다. 주변 어딘가에 있을 때 내가 휘파람을 불고, "키티, 키티~, 포레스트(Forest, 내가 지어 준 이름)!" 하고 부르면 나무 숲 밑에서 짜짠~ 하고 나타난다. 나의 토마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나의 토마스는 너는 너, 나는 나다. 오직 배 고플 때만 나에게 애교를 부리고, 스킨십을 하고, 살랑거린다.

나무 숲에서 나온 프레스트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앞에서 벌러덩 드러 눕는다. 나는 포레스트의 머리, 목, 어깨, 배, 등을 어루만져 준다. 포레스트는 기분이 업되었는지 앞발 뒷발 총동원하여 나랑 놀기 시작한다.

'아야!" 한 순간 포레스트가 앞발로 내 손을 쳤다. 심하게 툭툭 친 것도 아니고 살살 건드린 것 뿐이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나의 손에 몇 개의 스크래치가 생겼다. 그리고는 이내 피가 비쳤다. 포레스트의 비의도적인 스크레치, 사랑이 담긴 인절미 앞발의 스크레치. 그러나 인절미 앞발 속에 감춰진 발톱. 바로 그것이 비밀 병기였다. 아, 이래서 덩치 큰 동물들도 고양이의 앞발 공격을 받으면 뒤로 물러나는구나. 고양이의 인절미 앞발 펀치가 아프면 얼마나 아프다고 과소평가한 나 역시 뒤로 한발짝 물러섰다. 사랑과 공격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고양이, "나는 놀고 싶었던 것 뿐인데 왜 그러나~옹?"

나는 그런 게 아니었는데, 너는 그렇게 받아 들이는구나. 우리 생활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다른 생각, 다른 문화가 오해를 부른다.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고양이의 발톱을 조금 잘라 주고, 내 손에 있는 스크레치는 내가 알아서 소독하고, 조금씩 양보하고, 조금씩 각자의 성격을 죽이고, 조금씩 손을 내밀었으면 한다.

나는 포레스트를 한 번 꼬옥 안아서 목욕을 시켜 주고 싶지만 토마스의 질투를 감당하지 못할까봐, 그렇게 해 줄 수 없는 상황이 포레스트에게 미안하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제 준 사료를 다 먹었는지 그릇이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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