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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연방대법관 은퇴와 낙태권의 향방

김윤상 / 변호사
김윤상 / 변호사 

[LA중앙일보] 발행 2018/07/12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8/07/11 19:02

한국은 요즘 미투에 이어 여권 신장의 바람이 불어 페미니스트 운동이 조명을 받는 듯하다. 여권 운동이 불면서 한국선 시대에 뒤떨어진 낙태금지법을 용도폐기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낙태금지법이 없어질진 더 두고 볼 일이다.

낙태 찬반론은 최저임금 찬반론처럼 양측의 얘기를 들어보면 나름대로 설득 논리가 있다. 생명에 대한 존중과 여성의 신체에 대한 권리가 맞부딪히는 중요한 사회 문화적 이슈이기 때문이다.

낙태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낙태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산모의 건강을 위해서 또는 근친상간이나 강간으로 임신했을 때 등 어느 정도 이유가 있는 낙태에서부터 자기 몸에 대한 결정은 자기가 한다는 찬반이 팽팽한 이유까지 여러 갈래가 있다. 미국의 경우는 60~70년대 불어닥친 민권과 여권의 바람을 타고 마치 지금의 동성애 허용처럼 낙태 허용 쪽으로 추가 기울어버렸다.

당시의 사회문화 분위기, 특히 여론을 주도하는 주류 엘리트층이 낙태 옹호 쪽으로 돌아섰다. 일례로 당시 연방대법원은 헌법 조항들을 굉장히 진보적으로 해석하면서 흑인 등 소수자의 권리와 개인의 권리를 확장시키고 있었다. 그전까지 없었던 사생활에 대한 권리란 것도 이때 등장한다.

헌법엔 사생활 권리에 대해선 돋보기를 쓰고 찾아봐도 안 보이는데 대법원이 눈에 안 보이는 걸 찾아내 준 것인지 새로 만들어준 건지 사생활 권리가 그때부터 본격 등장한다. 이런 진보적인 판결들의 끝판왕이 바로 1973년 낙태권을 공식 인정한 그 유명한 Roe v. Wade 케이스다.

미국인들은 이걸 "로 비 웨이드"라고 부른다. 세부적인 판결 내용 중 일부는 그 뒤 케이스에서 수정이 됐지만 그때 판결된 가장 핵심적인 여성의 낙태권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 케이스는 미국 사회의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이 치고받는 중요한 이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낙태권에 대해선 보수 진영이 이것만은 어떻게든 되돌려 놓고야 말겠다며 지난 73년 이후 줄곧 지금까지 수구라는 욕까지 먹으면서 포기하지 않고 매달리는 이슈다.

미국 보수진영의 한 기둥을 이루는 기독교계 특히 보수 복음주의 교계에겐 이 낙태 이슈가 대한민국 보수진영의 김정은 정권 타도만큼이나 긴박하고 절실한 이슈다. 애팔라치아 산맥에서 로키산맥 사이의 광활한 미국 중서부와 남부의 소위 바이블 벨트의 복음주의자들은 낙태권을 없애기 위해 레이건, 부시 가문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줬지만 얻은 성과가 없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메신저가 등장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바이블과는 전연 관계가 없어 보이는 그와 독실한 심지어는 광적인 복음주의 기독교계가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복음주의 기독교계가 트럼프를 통해 자기들의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엔 낙태권에 대해 별생각도 없었을 그지만 지금은 복음주의 진영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4대 4대 1로 보수, 진보, 중도란 균형을 이루던 연방대법원이 그간 온건보수지만 그래도 중도로 분류되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얼마 전 은퇴 선언을 했다. 이어 엊그제 트럼트 대통령이 그의 후임으로 보수성향의 브렛 캐베너 워싱턴 DC 연방 항소법원 판사를 지명함으로써 대법원의 지형은 5대 4로 바뀌었다. 트럼프 재임 기간중 적어도 한 명 이상의 대법관을 그가 또 임명할 가능성도 있다.

대법관은 평생직이라 현재 지형대로라면 대법원은 앞으로 최소 20년은 보수로 추가 기울 건 확실하다. 로 비 웨이드와 여성의 낙태권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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