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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생이 부르면 괴로웠다···17세 장애소녀 '악몽의 5년'

최선욱
최선욱 기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7/11 19:24


최근 성폭행 혐의를 받는 한 교사가 직위해제 된 강원도의 한 특수학교 전경. 오른쪽 그림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사진 해당 학교 유튜브 캡처, 중앙포토]

“우리 딸이 5년씩이나 몹쓸 짓을 겪었다니. 그것도 학부모들한테 제일 인기 좋은 선생한테….”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여학생의 아버지 최모(50)씨는 12일 중앙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강원도의 한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 A양(17)은 2014년부터 교사 B씨(44)에게서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교사 B씨는 지적 장애가 있는 A양을 체육관 등으로 불러내 성폭행을 했다고 한다. 강원도교육청은 비슷한 피해를 당한 학생이 두명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


청소일을 하는 아버지 최씨는 B교사가 학부모 평이 좋다는 말만 믿어왔다.

“10년 전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애도 키우고 일도 하느라 힘든 상황에서 마침 특수학교 기숙사가 있다고 하니 우리 가족을 도와줄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이럴 줄은….”


최씨는 “배신감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학부모들에게 물어보면 1등으로 꼽는 사람이 B교사 였는데 이럴 수는 없지 않으냐”고 슬퍼했다. 최씨는 또 “학교 직원들도 ‘우리는 몰랐었다’고 얘기하는데 어떻게 5년 씩이나 이럴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마치 딸에게 얘기하듯 기자에게 “아빠가 직접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A양은 지역 상담 센터의 도움을 받고 현재 집으로 돌아온 상태다.

[중앙포토]


이 학교는 최근 A양을 비롯한 학생들과 상담을 하던 중 이런 내용을 들었다. 그리고 9일 경찰과 성폭력 상담센터 등에 B교사를 신고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피해 학생의 진술 이후 지난 10일 학교 측은 B교사를 직위해제했다”며 “다만 B교사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건은 경찰로 넘어간 상태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강원지방경찰청과 아버지 최씨 등에 따르면 B교사는 A양에게 “차를 태워 주겠다”면서 불러내 성추행을 했다고 한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선생님이 ‘이런 건 비밀이야’라고 얘기하면서 괴롭혔다”며 “이런 일이 너무 많아서 그냥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조사에 따르면 B교사는 A양이 기숙사에 있는 밤에도 불러내 성폭행을 했다고 한다. “맛있는 거 사주겠다”거나 “선생님 좀 도와줄 게 있다”면서 불러내는 식이다. A양은 “싫다고 했는데도, 수업 중에 나만 불러내 교실에서 그런(성폭행한) 적도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B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해당 교사만 수사 대상”이라면서도 “학교 차원에서 이 교사의 부적절한 행위를 눈감아준 정황이 드러나면 수사 대상은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이유로 5년 동안 범죄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사건은 강원판 ‘도가니 사건’으로도 불리며 대중의 분노를 사고 있다. ‘도가니’는 광주광역시의 한 청각장애 특수학교에서 2000년부터 5년간 벌어진 장애 학생 성폭행이 은폐됐던 사건을 일컫는다.


도가니 사건으로 사회적 경종이 울렸지만, 장애인 시설에서의 인권 침해 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1~2017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일어난 폭행·학대 사례는 해마다 20~40건에 이른다.


박숙경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기숙사라는 격리된 공간 안에서 권력 구도가 형성되고 그것이 폭력적인 욕망을 불러일으켜 약자를 억압한 또 하나의 사례가 발생했다”며 “장애인을 격리시설에서 보호한다는 의식을 깨고, 비장애인들과 수시로 만날 수 있는 환경에서 지켜줘야 한다는 쪽으로 의식이 바뀌어야 이 같은 범죄 예방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최선욱 기자, 춘천=박진호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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