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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국가책임 인정’ 판결 후 양승태 사법부, “매우 부적절”

박사라
박사라 기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7/12 03:01

양승태 사법부가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개입하려고 한 정황이 문건으로 확인됐다.

‘재판거래ㆍ법관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의원은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변호사 신분으로 피해자들을 대리했다. 2015년 9월 11일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서 결론이 뒤집혀 패소했다.

“고위 법관들, 특정 사건 지침 하달했다”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12일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은 이 의원을 대상으로 2심 판결이 뒤집히게 된 과정 등을 자세히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판례를 깨고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이 나오자 해당 판사를 징계하거나 판결에 개입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앞서 2014년과 2015년, 대법원은 두 차례에 걸쳐 “긴급조치 발령으로 인한 피해를 국가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었었다.


이날 오후 조사를 마친 이 의원은 ”조사 과정에서 검찰에서 제시한 여러 문건들을 봤는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사건에 대해 고위 법관들의 지침이 하달되고 그 모든 것들이 박근혜 정부라는 꼭짓점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작동되고 있었다”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신뢰를 받아야 할 법원과 고위 법관들에 의해 자행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해당 문건 보니…“1심 판결 부적절, 항소심 신속 처리해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한 하급심 판결에 대한 대책’ 문건을 작성했다. 이 의원이 받은 1심 판결이 나온 지 열흘 뒤인 2015년 9월 22일에 작성된 문건이다.

해당 문건에는 이 판결을 언급하며 “1심에서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판결이 선고될 경우, 사회적으로 소모적인 논쟁이 확산될 우려가 있으므로, 항소심에서 사건 처리를 신속하게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또 “향후 동성혼ㆍ복지문제ㆍ경제문제ㆍ난민문제 등 소수자 보호가 필요한 여러 영역까지 확대될 것이 우려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문건은 “사건 처리 신속 트랙, 일명 ‘패스트 트랙(fast track)’ 제도를 개발해 항소심에서 사건 처리를 신속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에 대한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법관들에게 연수를 실시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긴급조치 국가책임 인정한 판사는 '징계' 검토
행정처는 당시 1심 재판을 심리했던 김기영 부장판사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고 직무 윤리 위반”이라며 징계까지 검토했다. 그러면서 “김 부장판사에게 징계를 내릴 경우 판사들의 심각한 반발이 있거나, 진보언론에서 법관의 독립 침해 운운하며 법원을 공격할 것이 명백하다”며 실제 징계시 사회적인 반향까지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최근 김 부장판사도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해당 문건이 실제 실행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판사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판결을 했다면 2심이든 3심이든 다시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을 했다”며 “판사가 소신 있게 판결하고 여론의 관심을 받는 사건에 대해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고 심리불속행한다는 건 모욕을 준 것에 다름 아니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상고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기적으로도 문건이 이 판결을 염두에 두고 작성됐다. 관여할 수 있는 행정처 모든 기관이 다 (작성에) 관여돼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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