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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티팝'이라는 이름의 휴식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07/16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8/07/15 12:08

2016년 11월이었다. 유튜브 맞춤 동영상에 일본 노래 하나가 눈에 띄었다. 1978년에 나온 오오누키 타에코의 '4:00 AM'이라는 노래였다. 재생해 봤더니 재즈 같기도 하고 펑크 같기도 한 부드럽고 그루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바로 '꽂혔다.' 그게 나와 '시티팝'의 첫만남이었다.

시티팝은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에 걸쳐서 일본에서 크게 유행한 장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도시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재즈와 디스코, 펑크에 기반해 듣기에 편하다.

1970년대 일본음악을 찾아보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 경험은 나 혼자만 하는 건 아니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010년대 초반부터 '베이퍼 웨이브'라는 이름으로 시티팝이 각광을 받았다. 1980년대 버블경제가 절정이던 시기 시티팝 음악과 밝고 화사한 느낌의 일본광고를 결합한 영상은 온라인 상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었다.

한국에서도 베이퍼 웨이브의 영향을 받아 일본 시티팝과 비슷한 음악을 하는 음악가들이 나왔다. 북미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한국인 뮤지션 나이트템포는 500여 장이 넘는 1970년대 일본음악 카세트 테이프 컬렉션을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어 낸다.

한국에서도 시티팝을 차용한 음악들이 나오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절절한 발라드 '좋니'로 오랜 커리어의 정점을 보여줬던 가수 윤종신은 여름을 맞이해 시티팝 분위기가 듬뿍 담긴 노래들을 선보였다.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의 솔로가수 유빈은 '숙녀'라는 노래를 통해 시티팝과 베이퍼 웨이브의 큰 영향을 받은 것을 숨기지 않았다. 유빈의 노래 중 하나는 나이트템포의 노래와 비슷하다는 표절시비가 발생해 한국에서 시티팝의 유행을 실감하게 했다.

화려한 전자음악이나 힙합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미국의 팝계나 한국의 가요계에서 시티팝이 은근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한국에서는 경제지표 악화로 인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들불처럼 번진 페미니즘 운동은 물론 난민문제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이 쉴새없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미국에서도 이민문제를 비롯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자기가 태어나기도 전 만들어진 음악을 찾아듣는 젊은이들의 심리는 이런 세태에 기반하고 있다고 본다.

시티팝을 듣다보면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최고의 경제적 호황을 누리던 시기의 일본사회를 감싸고 있었던 긍정적이고 밝고 화사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시티팝을 정의할 때 '내일의 걱정이 없는 오늘밤'과 같은 음악이라고 말했다. 도시의 밤을 연상하는 세련되면서도 청량한 음악이 부드럽게 스며들어오는 느낌을 정확히 묘사한 한 줄이다. 일을 끝마치고 고단한 퇴근 길 야경을 바라보면서 듣는 시티팝은 휴식과 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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