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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손녀의 중학교 졸업식

정현숙 / LA
정현숙 / LA 

[LA중앙일보] 발행 2018/07/18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7/17 19:27

새벽부터 며느리가 분주하다. 첫째 딸이 중학교를 졸업하는 날이다. 나도 덩달아 바빠진다.

며느리는 딸 아이 예쁜 드레스를 입혀놓고 거울 앞에서 마치 결혼식날 딸 챙기는 엄마처럼 긴 머리를 뒤어 묶어 예쁜 리본도 꽂고,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정신이 없다. 잠시 예전 우리 아이들 졸업식을 떠올려 본다. 그때만 해도 보통 때와 똑같이 교복 단정히 입고 학교로 가면 그만이고 부모도 꽃 한 송이 건네주면 끝이었다. 그런데 이곳 미국은 아주 다르고 자유롭다.

저녁내 예쁘게 만들어놓은 꽃다발과 '축 졸업' 글자가 크게 쓰여 있는 풍선을 들고 할아버지는 카메라 어깨에 메고 학교에 가 보니 8학년 여자 아이들의 옷이 마치 패션쇼에 온 것 같다. 롱드레스에 하이힐을 신은 아이, 타이트한 미니스커트, 어깨가 반이나 드러난 원피스. 남자 아이들은 대부분 양복을 입었고 선글라스에 모자를 쓴 모습도 보였다. 모두 갑자기 꼬마 어른들이 된 듯해 웃음이 나오려 한다.

따~ 따따따 딴. 음악에 맞추어 남녀 두 명씩 입장하여 자리에 앉고 졸업장도 받는다. 자기 아들 이름이 불려질 때 큰 나팔 소리로 시선을 끄는 아버지도 있고 바로 내 앞의 어머니는 놋주발만한 종을 가지고 와서 딸랑딸랑 종소리를 내기도 한다. 예전 한국의 조용한 졸업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교장 선생님도 아주 캐주얼하게 빨간 티셔츠를 입고 한 명씩 악수하며 졸업장을 나눠준다.

졸업식이 끝나고 친구들과 사진도 찍어주고 나도 끼어서 한 장 찍었다. 한국에서 졸업식날 짜장면 사 먹던 생각이 나서 짜장면 먹으러 가자고 하니 두 손주까지 합세헤서 이것 먹겠다, 저것 먹겠다 아주 신이 났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집에 오니 내가 졸업한 것도 아닌데 너무 피곤하다. 그래도 즐겁고 흥겨운 졸업식을 보고 즐기며 앞으로 다음 손주들 졸업식도 꼭 참석해 보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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